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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19. 2022

정리정돈을 하다가

뒤늦은 후회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5년 넘은 것 같다. 시작한 정확한 연도를 잘 모르겠다. 햇수가 늘어나니 좀 정비를 할 필요를 느꼈다. 매거진이 너무 많으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집에 너무 물건이 많고 그중에 쓰지 않는 게 많으면 정작 필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못 쓰듯이... 그래서 일전에 한바탕 정리를 했다. 과감하게 솎아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다. 정리정돈을 하고 나니 얼마나 개운한지!


그런데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중하디 소중한 댓글을 잃어버렸다. 이제 별 필요 없다 싶어 지운 글에 내가 큰 감명을 받은 댓글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댓글이 있단 걸 깜빡 잊고 '법률의 비문'이라는 매거진을 통째로 날려 버린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복구할 길이 없었다.


다행히 그 댓글을 화면캡처해서 그림파일로 저장한 뒤 다른 글 쓰는 곳에 써 먹은 게 있어서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조금 살아 있었다. 다만 그 댓글을 쓴 분과 연락할 방법은 그만 사라졌다. 사연은 이렇다. 민법에 비문법적인 문장이 많음을 지적한 내 브런치 글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달기를, 법대 다니면서 어떤 민법 조문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여간 답답하지 않았는데 내 글을 읽어보니 문법이 어긋난 문장이어서 그렇게 애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왜 민법 조문이 그렇게 어려웠는지를 알게 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분은 그분대로 그간 느꼈던 답답함의 이유를 알았지만 난 나대로 민법에 비문이 많아서 고생한 사람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어서 여간 기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헛된 일이 아니란 걸 알아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크게 고무되었다.


법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법무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분과 다시 연락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 나의 경솔함 때문이다. 정리정돈도 좋지만 좀 찬찬히 살피며 정리했어야 하는데 그만... 아무쪼록 내게 큰 힘이 된 댓글을 주고받았던 그분이 법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법적인 문제에 부딪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연락이 다시 닿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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