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여동생의 아들은 내게 무엇일까. 이질인가 처이질인가. 이질이라 하자. 94년생인 그 아이가 집에 왔다. 내일이 훈련소 입대일이다. 그 아이는 왜 이리 늦게 군대에 가게 되었나. 독일에 음악 공부하러 유학 가서 병역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입대하게 됐다. 더 미룰 수 없어서.
내일 입영을 앞두고 서울 이모집에 왔다. 우리 집이다. 입영 장소로 가기엔 우리 집이 편하다. 그런데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니 가까운 관계라 해도 조심스럽다. 더구나 제 엄마까지 같이 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모네집에 와서 좀 엉뚱한 행동을 한다. 손아귀에 쥐일 만한 희한한 작은 금속 악기를 가지고 소리를 내는데 다양한 높낮이의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고 그냥 소음이 나온다. 그걸 빽빽거리며 분다. 귀를 막고 싶다. 친한 사이 같으면 좀 조용히 하라고 하겠지만 모처럼 이모네집에 온 아이에게 훈계를 하기도 뭣하니 그냥 참는다. 그러나 점점 더 참기가 어려워진다. 집을 나가야 하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계속해서 단조로운 소음을 내뿜는다. 왜 저러는지... 그런데 나만 괴로운 모양이다. 제 엄마와 이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이 말 못할 나만의 괴로움을 사이버 공간의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니 "요즘 아이들은 남 눈치를 안 본다"며 이해하라는 듯이 말했다.
처가 조카의 행동을 보면서 이 아이만의 특성인지 요즘 아이들의 특성인지 아직 갈피를 못 잡겠다. 지하철을 타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대단히 예절을 중시한다는 걸 느낀다. 조금이라도 누군가 자기를 밀친다 싶으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러시아워에 사람들이 제법 찼는데 누군가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하면 아주 싫어한다. 그렇게 권리를 침해받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곧 자기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좀체 침해하지 않음을 뜻한다. 실제로 그렇다. 선진국민이 다 됐다 싶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데 이질이 우리 집에 와서 보이는 막무가내식 행동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예절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그가 정상이고 내가 까다로운 걸까.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