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값'은 국어사전에서 내리기를
신문 기사의 제목에서 '원윳값', '휘발윳값', '체솟값' 등을 보며 눈살이 여간 찌푸려지지 않았는데 한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 '상추 값'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았음은 물론 '상추'와 '값'을 아예 띄어썼다. 신문 기사의 제목은 한정된 공간에 조금이라도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띄어쓰기를 잘 하지 않고 붙여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제목에서 또렷하게 '상추 값'이라 했으니 여간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빵값', '커피값'이 사전 표제어로 올라 있다. 표제어로 올라 있다는 것은 이들 말이 단어라는 것이다. '빵값', '커피값'이 단어라니 뜨악하다. 이 세상 온갖 상품에는 다 '값'이 붙을 수 있는데 그럼 그 말이 죄다 단어란 말인가. '빵 값'은 '빵의 값'이 줄어든 말이고 '커피 값'은 '커피의 값'이 줄어든 말이다. 조사 '의'가 안 쓰였다고 해서 '빵'과 '값', '커피'와 '값'을 붙여써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의 땅'을 줄여서 '내 땅'이라고 한다고 해서 '내땅'이라 붙여쓸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회사의 땅'을 줄여서 '우리 회사땅'이라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신문 기사 제목에서 '상추 값 3배로 폭등'을 보면서 희망을 읽는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언어 생활도 불합리한 면을 꾸준히 고쳐 왔다. 발전해 왔다. 사전은 언어 생활을 선도할 책임이 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안타깝다. 비록 사전은 그렇다 해도 언중이 알아서 바른 길을 가고 있으니 어찌 희망적이지 않은가. 앞으로 국어사전도 달라지리라 기대한다. 최소한 국어사전이 언어 생활을 혼란스럽게 하진 않아야 한다. 설마 '상춧값'을 국어사전에 올리는 일은 없겠지... 그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몇몇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상품값'도 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