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하고 솔직한 법을 보고 싶다
1958년에 제정된 민법에는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는 조문이 꽤 있다. 제252조는 소유권에 관한 조항인데 무주물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무주물이란 주인이 없는 물건을 뜻하는데 그 중에서 제3항은 야생동물의 소유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①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무주의 부동산은 국유로 한다.
사실 야생동물에 대한 규정보다는 집에서 키우는 가축에 대한 소유권 규정이 더 필요해 보이는데 가축에 대한 규정은 보이지 않고 야생동물에 대한 규정만 있다. 야생하는 동물은 무주물이란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이어지는 표현이 뭔가 이상하다. '사양하는 야생동물도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가면 무주물로 한다'고 했다. 여기서 '사양하는 야생동물'이란 표현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사양(飼養)하다'는 '사육(飼育)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사람이 키운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양하는 야생동물'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야생동물을 사양하나? 그런 사람을 보았나? 야생동물은 사양하지 않는다. 야생동물은 제 스스로 살아간다. 아마도 '야생동물을 사람이 잡아다가 집에 데리고 와서 사양하는' 경우를 뜻할 텐데 그렇다면 '사양하는 동물도' 또는 '야생동물을 잡아다 사양하더라도'라야지 '사양하는 야생동물'은 적절하지 않다.
정작 민법에서 필요한 규정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사고 파는 동물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위 조항은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집에서 사양하면 그 동물은 무주물이 아니고 사양하는 사람의 소유임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법은 속뜻이 꽁꽁 숨어 있다. 왜 이리 솔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