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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보통 일이 아니다

by 김세중

일요일 아침 연합뉴스 기사를 읽고 뜨악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국의 469개 산후조리원 가운데 제일 비싼 곳은 2주에 3,800원이고 제일 싼 곳은 130만원이라 했다. 이게 뭐 소린가. 3,800원이 제일 비싸고 130만원이 제일 싸다고? 한눈에 3,8003,800원으로 잘못 썼음을 알아채긴 했다. ''을 빠뜨린 것이다.


시간을 보니 기사 올린 시각은 7시 22분이고 이 기사를 읽은 게 8시 20분께였으니 거의 한 시간 그렇게 돼 있었다. 그 후로도 얼마나 더 오래 그렇게 올라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10시가 넘어 궁금해서 다시 들여다보니 비로소 바로잡혀 있었다. 3,800만원이라 돼 있었다.


이 일을 보면서 수십 년 전 대학 다닐 때 한 교수님이 sloppy하단 말을 꺼낸 일이 떠올랐다. sloppy라는 영어 단어가 있는 줄을 몰랐는데 미국에서 오래 유학 생활을 해 영어가 몸에 밴 교수님이 무슨 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sloppy하다 했고 그게 깊이 인상에 남았다. sloppy가 뭔가. 대충 하는 것이다. 꼼꼼하게 하지 않고... 기사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매체와 기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sloppy한 기사가 너무 많다.


기사는 고쳐졌지만 산후조리원의 비용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최고 3,800만원은 이해가 된다. 갑부들에게야 3,800만원 아니라 3억8천만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상한은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최저다. 2주 산후조리원 비용이 전국 최저가 130만원이라니 여간 놀랍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평균은 얼마일까. 표준편차는 얼마고?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서 0.78%라는 게 다 이유가 있다. 돈이 없인 아이를 낳고 키울 수가 없게 됐다. 예전에 어머니들은 아이를 여섯, 일곱 낳는 게 보통이고 다 집에서 산후 조리했다. 미역국 끓여 먹고 며칠 지나면 차차 회복됐다. 그런데 그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가 됐다. 그런 옛날 이야기 들먹였다간 본전도 못 건진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한다 해도 비용 산출은 따져봐야 하지 않나? 최저 130만원은 어떻게 해서 산출되는가.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무엇인가? 관리비, 재료비, 인건비, 이윤 등등으로 구성될 터인데 비용 세부 내역이 궁금하다. 최저 130만원은 정당한 가격인가 아니면 폭리의 요소는 없는가. 국외자라서 알 길이 없다.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조사 자료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는 것일 게다. 산후조리원부터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떤 젊은이가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산후조리원뿐인가. 그 후로 온갖 육아 비용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하다 못해 보행기나 유모차부터... 어렸을 땐 꿈도 못 꿨던 선진국이 됐지만 살기는 너무나 팍팍해졌다. 풍요로운 게 선진국이라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아이 보기가 너무나 귀한데 뭐가 풍요하단 말인가. 미래엔 '형제', '사촌' 같은 말도 다 없어진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c.png 기사가 이렇게 나와서 놀랐다


4_9dfUd018svci3w6rxeavtvc_hgt0e.png 몇 시간 뒤에 보니 바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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