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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말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다

by 김세중

오토캠핑이 급격히 유행하고 있다. 차박이란 말이 이젠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차는 그저 이동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차를 이용해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예 캠핑카가 생산되기도 하고 일반 차량을 캠핑카로 개조해주는 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차박을 하는 사람들 입에서 언제부턴가 어닝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 시작했다. 어닝이 뭐지?


국어사전을 봐도 그런 말은 없었다. 그러니 이 말이 어디서 온 말인지도 모르겠다. 영어에서 왔나? 아니면 다른 언어에서 왔나?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이거 저거 알아보니 어닝은 영어 awning에서 온 말이었다. 아! awning이라는 영어 단어가 있었구나. 과연 merriam-webster.com에는 이 단어가 1582년에 이미 쓰인 예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awning의 뜻은 뭔가. 햇빛을 가려 주거나 비를 막아주기 위해 친 천막 같은 거다. 차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게 예전부터 있었다. 처마가 그것이다. 그러나 집의 한 부분인 처마는 고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붕에서 바깥으로 그리 길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차박을 할 때의 어닝은 다르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굉장히 면적이 넓다. 재질도 다양하다. 처마와는 약간의 공통점이 있을 뿐 다르다고 봐야겠다.


'어닝'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이게 왜 '닝'일까 하는 것이다. awning의 영어 발음은 /ˈɔːnɪŋ/이고 ɔ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에 대응되어 있다. 따라서 awning은 '오닝'이어야 될 텐데 어찌 '어닝'인가 말이다. Australia/ɔˈstreɪljə/를 오스트레일리아라 하지 어스트레일리아라 하지 않는다. auto도 오토어토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awning은 '닝'일까.


이런 의문은 말이란 게 규칙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말이 꽤 규칙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예외가 너무나 수두룩하다. column, columnist가 그 예이다. '칼럼', '칼럼니스트'라 하지 '컬럼', '컬럼니스트'라 하지 않는데 이 역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컬럼', '컬럼니스트'지만 '칼럼', '칼럼니스트'로 굳어졌고 '칼럼', '칼럼니스트'가 바른 국어 표기다.


'어닝'은 도대체 언제 국어에 쓰이게 되었고 왜 '오닝' 아닌 '어닝'으로 퍼졌을까. 그 일단을 신문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엿볼 수 있었다. 1990년 3월 24일 서울경제 기사에 '어닝'이 나온다. '어닝'은 적어도 33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초에 왜 '오닝' 아닌 '어닝'으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디 말에 관해 모르는 게 한두 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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