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생각을 가졌다
오늘 인터넷에서 신문 기사를 읽고 눈이 번쩍 떠졌다. 다음과 같이 기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에 특히 눈길이 갔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어디에서 그대로 옮기지 말라는 건가. 다름 아닌 법조문이다. 법조문을 판결문에 그대로 옮기지 말라고 했다. 비록 판결은 법조문에 근거해서 해야 하지만 판결문의 문장만큼은 법조문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뜻 아닌가. 이것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우리 법조문에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게 아니고 뭔가.
이런 대법원장을 별로 보지 못했다. 대법원장 아닌 다른 법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된다. 법조문은 일종의 성역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았다. 문제가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묵묵히 따라 왔다. 그런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좀 적극적으로 법조문을 그대로 따르지 말기를 주문하였다. 맞다. 우리 법조문은 다른 법률들은 몰라도 기본 6법만큼은 문제가 많다.
기본 6법이란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가리킨다. 이들 기본법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초 사이에 만들어진 법이다 보니 용어도 어렵고 문체도 낡은 데다 문법에 맞지 않는 조문이 적지 않다. 이게 대부분 지금도 그대로 남아서 쓰이고 있다. 법조계의 보수성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한 예를 들어볼까. 민법 제162조는 이렇다.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인가.
낡고 오류가 많은 법조문을 고치는 일은 사법부 소관이 아니다. 사법부는 만들어진 법을 사용할 뿐이고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은 입법부 소관이다. 그런데 입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그들은 법조문에 관심이 없다. 딴 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법부의 수장이 될 분이 판결문을 국민이 알기 쉽게 써야 한다고 갈파했으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낡고 오류가 많은 법조문을 반듯하게 고칠 책무가 입법부에 있다. 사법부 수장의 신선하고 바람직한 생각에 호응해 입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제21대 국회가 차츰 끝나가고 있으니 다음 국회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여하튼 대법원장 후보자의 훌륭한 생각에 무척 고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