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금메달은 '수집'하는가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쾌거 소식을 접하고

by 김세중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단식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한국 배드민턴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으로 금메달을 따보지 못했다. 방수현 선수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여자단식 금메달을 땄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이나 동메달에 그쳐야 했다. 전설적인 선수 박주봉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선 여러 차례 금메달을 땄지만 단식에선 못 땄다. 그런데 21세 안세영 선수가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 올라 스페인의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을 2:0으로 꺾고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역사를 새로 썼다. 참으로 장하다.


이런 기쁜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낯선 표현이 눈에 띄었다. "안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올해 8번째 금메달을 수집했다."라고 씌어 있었다. 여기서 '금메달을 수집했다'가 여간 뜨악하지 않다. '수집'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수집(蒐集)과 수집(收集)이 그것이다. 물론 그 밖의 다른 '수집'도 있지만 워낙 거리가 머니 제쳐 두고 말이다. 그런데 수집(蒐集)은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이라는 뜻이고 수집(收集)은 '거두어 모음'이라는 뜻이다. 둘 다 뜻이 비슷하다. 그리 다르지 않다. 요컨대 금메달을 따는 게 과연 수집(蒐集)이나 수집(收集)이냐는 것이다.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보통 '수집' 하면 우표 수집, 수석 수집 등이 떠오른다. 취미 생활이다. 그런데 배드민턴 선수가 세계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게 취미 생활인가. 그렇게 한가한 활동인가. 아니다. 그가 딴 금메달에는 그동안 쏟은 엄청난 땀과 눈몰이 배어 있다. 피나는 훈련을 하지 않고서 금메달을 딸 수는 없다. 세계 1위가 어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이번 우승으로 올해 8번째 금메달을 수집했다니 이런 어휘 선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메달 '사냥'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금메달 '수집'은 마뜩하지 않다. 기자는 독자를 위해 최선의 단어를 골라 쓸 책무가 있다.


'수집했다'는 잘 쓴 말인가



참으로 장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법원장 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