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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놀라운 변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by 김세중

필자는 베트남에 모두 다섯 번 가보았다. 맨 처음 간 것은 1996년이었고 2000년대 초반에 세 번, 그리고 2019년에 갔었다. 첫 세 번은 호찌민에, 나중 두 번은 하노이에 갔다. 1996년 호찌민의 밤거리는 음산했다. 전기 공급이 빈약해서 거리가 어두컴컴했다. 당연히 활기는 찾을 수 없었다. 몇 해 뒤 다시 호찌민을 찾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밤거리는 휘황찬란했다. 전력 사정이 획기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 후 더욱 맹렬한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어 갔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서 놀라운 기사를 읽었다. 베트남의 전기차 생산 기업인 빈패스트(Vinfast)가 자동차 기업 시가 총액에서 테슬라,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빈패스트의 시가 총액은 보잉사보다 많고 현대차의 무려 5.4배에 달한다고 했다. 물론 시가 총액이란 그날그날 달라지는 것이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폭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전세계에 전기차를 불과 24,000대밖에 팔지 못한 회사가 이토록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니 이게 어디 우연일까. 잠재력을 인정받은 게 틀림없다.


빈패스트는 빈그룹에 속하는 회사다. 빈그룹을 설립한 이는 1968년생인 팜녓브엉으로 삼성 이재용 회장과 동갑이다. 그는 베트남 최고 부자일 뿐 아니라 세계적 부호 반열에 든단다. 빈그룹은 손을 뻗치지 않는 사업이 없을 만큼 다양한 기업군을 거느리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 어떻게 이런 부호가 나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빈부의 차이는 상당할 것이다. 세계적인 부호가 있는가 하면 국민의 전반적 소득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다. 2021년 베트남 국민 1인당 GDP는 3,560달러라니 한국의 1/10을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대단하다. 비씨카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베트남인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단다. 베트남 사람들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베트남의 눈부신 발전에 감탄하지만 서양사람들에겐 한국의 발전이야말로 경이적이다. 6.25 후 폐허였던 이 나라가 후일 선진국에 이를 줄 안 사람이 누가 있었겠나. 국민의 근면성이 일궈낸 결과다. 베트남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대단히 부지런하다. 악착같다. 그들의 근면성이 나라를 뒤바꾸어 가고 있다. 영원한 꼴찌는 없어 보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게 맞는 거 같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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