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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딸의 남자친구

팔불출이어도 좋다

by 김세중

딸과 딸의 남친이 어제 저녁 우리 집에 왔다. 이번이 두 번째다. 이틀 전이 그의 생일이어서 생일파티 겸 해서 왔다. 벽에 "000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00랑 항상 이쁜 날~ 고맙고 사랑해^^"라고 적힌 현수막을 집사람이 걸어 놨었는데 와서 보더니 감동했다. 문구에서 친근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내년 4월에 식을 올리기로 했다. 마침 어제는 둘이 웨딩플래너에 가서 상담을 하고 왔다고 했다. 웨딩플래너라는 게 있구나. 아무튼 이제 딸의 남친에서 내 사위로 차츰 이행해 가는 모습이다. 다음달에는 그의 부모님과의 상견례도 예정돼 있다.


둘 다 92년생이니까 서른두 살이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지나다니! 딸아이는 마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듯했다. 아기 때부터 귀여운 짓만 골라서 했다.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는 법이 없었고 그래서 아이 때문에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영리하고 사랑스러웠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부모를 찾더니 그러나 중학생이 되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생기니 아빠를 덜 필요로 한 듯했다. 늘 아빠에게 매달리던 아이가 아빠를 오히려 밀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장해 갔다. 남들도 다 거치는 치열한 입시 경쟁도 이겨내고 대학에 들어갔다. 거기서 지금의 남친을 만났다. 그리고 어언 10여 년, 이제 결혼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벌써 남친의 집인 울산에 여러 번 갔다 온 모양이다. 부모님이 우리 딸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했다.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그 집은 아들만 둘 뿐인데 상냥한 아들 여친을 보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참 선량한 분들 같다. 그러나 내 관점에선 딸은 나면서부터 엄마, 아빠, 그리고 외조부모 등등으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 어떻게 해야 사랑받는지를 이미 잘 터득한 듯했다. 그러니 남친의 부모님으로부터도 이쁨을 받지...


긴 10여 년 연애 기간 중 고비도 있었다고 했다. 몇 달 떨어져 지내기도 했단다. 그 정도야 뭐... 옆에서 지켜보니 둘의 관계는 무척 탄탄한 듯 보였다. 서로에게 관심을 늘 갖고 배려해주는데 그럴 수밖에... 관심을 받은 만큼 관심을 주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딸은 그런 원리를 일찌감치 익힌 것 같다. 자라면서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 배우자까지도 더없이 만족스런 이를 골랐다. 그간 지켜보니 딸의 남친은 참 다정다감한 젊은이였다. 흐뭇할 따름이다. 난 팔불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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