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백운산이 많다. 포천, 밀양, 정선, 제천, 원주, 광양, 안성, 용인, 함평 등에 있고 심지어 완도군 생일도에도 있다. 그 중에서 광양에 있는 백운산은 지리산 남쪽의 큰 산으로 해발 1,222m나 된다. 원주 치악산의 서쪽 건너편에 있는 백운산도 해발 1,086m니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고 거기 국립백운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도 백운산이 있으니 수원과 의왕, 용인의 경계에 있다. 휴일에 백운산을 찾았다.
사실 백운산 하면 광교산의 그늘에 가려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광교산보다 살짝 낮기도 하고. 그러나 광교산에서 청계산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백운산을 거치게 돼 있다. 부근에 백운호수가 있기도 하다. 어디 백운호수뿐인가. 백운산 아래에는 조계종 백운사가 있다.
백운산에 오르기 위한 산행 코스로 광교저수지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원역에서 13번 버스를 타면 백운산 바로 아래까지 가지만 일찌감치 광교저수지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광교저수지 둘레로 훌륭한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로 옆으로는 자동차 도로에 자전거 도로까지 따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자전거 타기에 그저 그만이다.
광교산 등산로 입구의 하나인 반딧불이화장실은 제법 알려진 명소다. 광교저수지의 남쪽 끝이기도 하고. 거기서 부지런히 버스 종점을 향해 걷기 시작해 4km 가까이 가니 종점이 나왔다. 그곳엔 등산안내소도 있고 광교산자전거대여소가 있다. 버스 종점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통신대 헬기장으로 향하는, 백운산 가는 빠른 길이고 오른쪽은 광교산이나 백운산 가는 길이다. 마침 통신대 헬기장 가는 길은 2023년 11월까지 공사로 폐쇄돼 있어 할 수 없이 되돌아나와 버스 종점에서 계곡 등산로를 탔다.
도중에 갈림길이 있다. 광교산으로 가는 길과 백운산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백운산에 가기로 했으니 절터약수터, 억새밭 쪽으로 접어들었다. 그래야 백운산으로 간다. 도중에 절터약수터에 이르니 물이 콸콸콸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수질 '적합'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예전에 절이 있었던 곳인가 본데 해발 40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산중이다. 막바지에 힘을 내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억새밭이었다. 그러나 억새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 능선이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과 백운산을 잇는 능선이다. 그리고 1km도 못 가 백운산 정상에 이르렀다. 서쪽은 의왕시, 동쪽은 용인시다. 백운산 정상에서는 서쪽만 보이는데 조망이 탁 트였다. 저 멀리 안산시까지도 보였다.
하산길도 몇 갈래 있는데 백운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백운사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왕곡동 버스 종점에 이르렀고... 광교산과 청계산 사이에 아기자기한 산들이 있다. 백운산, 바라산, 모락산이 그것이다. 그 중 백운산을 다녀왔다. 해발 567m니 내겐 적당한 산이다. 산은 자기한테 맞는 산을 올라야 한다. 다음에는 용인 고기리계곡쪽으로도 내려와 봐야겠다. 백운호수 부근 신도시로도 가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