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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발급 신청을 하며

두 달은 금방 올 거다

by 김세중

11월 초에 동창들과 해외여행을 하기로 돼 있다. 여권이 만료된 지 오래라 여권 발급 신청을 서둘러야 했다. 오늘은 작심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여권 발급 신청하러 가기 위해... 그러나 실은 어젯밤부터 여권을 발급받고자 씨름했다. 사연은 이렇다.


어제 집사람한테 신분증과 사진을 건네주며 대리 신청이 가능하다면 대리 신청을 해달라 했다. 연락이 왔는데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집에서 인터넷으로 발급 신청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으로 발급 신청을 시도한 것이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신청서에 신상 정보를 써 넣고 사진을 첨부한 뒤 신청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사진이 맞지 않다고 반려하는 것이었다. 정수리에서 목까진가가 사진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질 않나, 배경색이 흰색이고 턱과 목의 구분이 뚜렷해야 한다질 않나... 온갖 결격 사유에 대한 설명이 미리 다 준비돼 있었다. 기계가 참 신통도 하지... 서너 차례 반려를 당한 후 '아, 사진이 문제구나' 하고 인터넷 신청을 단념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직접 방문 신청을 하게 되었다.


마침 집에서 제일 가까운 구청이 서울 금천구청이어서 9시에 맞추어 갔다. 구청 부근 사진관에 가니 9시에 영업 시작이라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스마트폰 지도 검색을 하니 근처에 다른 사진관이 있어 그리로 갔다. 병원 건물 5층에 있는 사진관이었는데 5층엔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았다. 4층까지밖에 가지 않았다. 4층 병원에서 사진관에 대해 물으니 문 닫은 지 오래됐다 했다. 그런데 왜 지도에는 남아 있어서 사람을 골탕 먹이나. 할 수 없이 처음에 갔던 사진관으로 가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사진을 바로 촬영했다. 전날 집사람은 안양시청 앞에서 만 원이라던데 여긴 왜 2만원인가.


사진을 들고 구청 민원실로 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아왔다. 찾는 날이 9월 14일로 찍혀 있었지만 그보다 며칠 빨리 나온다 했다. 몇 년간 여권 무효 상태였는데 이제 다시 회복이 되나 보다. 그런데 신청할 때 선택이 있다. 5년짜리로 할 거냐, 10년짜리로 할 거냐. 10년짜리도 26면이냐 52면이냐가 그것이다. 넉넉히 10년짜리로 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26면이 아니라 52면을 서슴없이 선택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하다. 욕심이 한이 없다. 10년 동안 몇 번 사증 도장 찍을 일이 있다고 26면으로 모자라 52면을 택하냐 말이다. 젊었을 적에도 그리 자주 나가지 않았는데 앞으로야 더욱 그럴 건데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렸다. 면수가 많으면 부피만 두꺼워진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이없었지만 이미 신청한 뒤였다.


오는 11월 예정대로 여행을 간다면 거의 5년 만의 외국 나들이다. 2019년초에 가고는 처음이니까. 그때도 베트남이었고 이번도 그렇다. 지역이 다를 뿐이다. 요즘 인천공항이 여간 붐비지 않는다 들었다. 얼마나 외국 가는 사람이 늘었는지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확 줄었단다. 나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대열에 줄을 섰다. 두 달 뒤 여행을 가긴 갈까. 금방 오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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