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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사전이 이래서야 되겠나

by 김세중

'다둥이'란 말을 전에도 듣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 큼직한 제목으로 보니 새삼 '다둥이'가 뭔지 궁금해졌다. 사전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본 순간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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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는 다둥이를 "자녀가 많음. 또는 많은 자녀"라 뜻풀이해놓았던 것이다. 어찌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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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는 우리나라에서 쌍둥이 또는 세쌍둥이, 네쌍둥이, 다섯쌍둥이를 가장 많이 받은 산부인과 의사를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의학적으로는 다태아라고 부르는데 신문은 딱딱한 다태아 대신 친근하게 느껴지는 다둥이란 말을 썼던 것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엉뚱하게 '자녀가 많음. 또는 많은 자녀'라 돼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나.


'다둥이'가 '자녀가 많음. 또는 많은 자녀'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당장 사전에 용례로 올라 있는 동아일보 2011년 10월의 기사에서 그렇게 썼다. 요즘 하도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하나 아니면 기껏 둘만 낳다 보니 셋 이상 낳으면 다둥이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용법보다는 한번에 여러 명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다둥이라 하는 게 더 일반적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국어사전은 의당 그런 뜻을 올려야 마땅하지 않나. 어찌 '자녀가 많음. 또는 많은 자녀' 같은 주변적인 의미만 올려 놓는가. 사실 '많은 자녀'를 '다둥이'라 하는 것 자체가 미심쩍게 느껴진다. 만일 자녀가 '둘'이면 다둥이인가 아닌가. '많다'는 것은 얼마부터인가.


국어사전은 언어 실태를 세심하게 파악해서 기록해야 한다. 다둥이를 달랑 '자녀가 많음. 또는 많은 자녀'라고만 올려 놓은 것에 혀를 차게 된다. 쌍둥이도 흔치 않지만 세쌍둥이, 네쌍둥이는 더 희귀하다. 네쌍둥이면 신문에도 난다. 쌍둥이를 포함해서 세쌍둥이, 네쌍둥이, 다섯쌍둥이까지를 아울러 다둥이라 하는 거 아니겠나. 사전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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