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부산 처가에 내려가 처가 식구들과 어울렸다. 손주(친손자, 친손녀, 외손자, 외손녀)들이 뜻을 모아서 할머니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침 추석날이 26년 전 세상을 떠나신 장인어른의 제삿날이었고 아침에 제사를 지낸 뒤에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에 호텔방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PPT로 할머니의 생애를 보여주는 사진을 감상했고 퀴즈 게임도 했으며 "나에게 할머니란?" 이란 물음에 손주들이 나름대로 답한 것을 각자가 해설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흔 넘으신 장모님에겐 실로 감동의 시간이었다. 할머니 손에 큰 손주들이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장인, 장모님은 2남 2녀의 네 자녀를 두셨으니 그 배우자까지 하면 여덟 명이다. 이번 행사에 막내사위만 빼고 일곱 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네 자녀가 모두 두 아이를 낳았기에 손주가 여덟 명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행사에 한 명 빼고 7명이 참석했다. 7명 중에는 내 아들, 딸이 둘 포함돼 있고 나머지 5 명은 처조카들이었다.
오랜만에 봐서인지 처남, 처제와는 의례적인 인사 말고 그리 할 말이 없었다. 심심해서 처조카 중 제일 장손인 86년생 처조카에게 슬쩍 말을 붙여 보았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가보니 외국사람이 참 많더라는 이야기부터... 그런데 참 오랜만에 만났고 전에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처조카임에도 내 말에 맞장구를 잘 쳐 주면서 그가 나와 관심사가 비슷함을 알게 됐다.
우선 요즘 내가 즐겨 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 <리틀조빅조>를 처조카도 잘 알고 있었고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도 좋아해 일본에 가서 며칠 동안 자전거 여행도 했다는 게 아닌가. 난 8년 전 14박 15일로 우리나라 자전거 일주를 했는데... 일본에 대한 관심이 큰 것도 비슷했다. 둘은 나이 차를 잊고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서로 관심사, 취미가 비슷하니 이리 할 말이 많을 줄이야...
그와 내가 모두 좋아하는 <리틀조빅조>는 일본 여성과 결혼해 일본에서 영주권을 얻어 살고 있는 40대 초 한국 남자가 일본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올리는 채널이다. 그야말로 꾸밈없는 '날거' 그대로이고 찐한 부산 사투리가 여간 구수하지 않다. 내용은 특별한 게 없다. 평범한 가정의 주말 나들이가 주된 소재인데 기타큐슈 일대의 맛집, 마트, 온천은 안 가 본 데가 없는 듯하다. 그의 영상을 몇 편 보면서 그가 살고 있는 시모코자쿠(下上津役)의 집도 어딘지 알게 됐다. 다 구글어스 덕택이다.
처조카와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우리와 일본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이다. 일본은 우리처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지 않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한국만큼 아파트가 넘쳐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리틀조빅조>를 보면서 일본은 참 공원이 많구나 싶었는데 처조카도 전적으로 이에 동의했다. 자기가 자전거 타고 일본 여행을 하면서 그걸 직접 보았다고 했다.
처조카와 고모부는 나이 차를 잊고 열심히 떠들었다. 그가 내년 5월 결혼한다고 했다.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게 결혼할 여친이 자전거광이었기 때문이라나. 행복한 부부가 될 거라 믿는다. 이번 처가 행사는 의무로만 참석한 게 아니었다. 아니, 의무로 참석했는데 즐거운 만남이 있었다.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게 가까워지는 데 여간 중요하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