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한국이 중국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루게 됐다. 그런데 기사 가운데 '어마무시한 결과표를...' 이란 대목에 눈길이 갔다. '어마무시한'이라... 무슨 뜻인지는 잘 안다. 원래 없었던 말인데 언제부턴가 새로 생겨 퍼진 말 같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어마어마하다'와 '무시무시하다'를 합친 말로 보인다.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지만 절묘하다. 말은 과연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죽고 새로 태어나고...
그런데 이 기사를 지켜보는 맘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 '어마무시하다'라는 말이 기발하고 참신하긴 해도 왠지 점잖은 느낌을 주진 않아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겠지만 과연 나이 든 세대에선 이 말을 모두가 이해할까 싶다. 잘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 의구심이 있다.
하긴 젊은 세대는 이 말이 원래부터 있던 말이 아니라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긴 그렇지 않다. 나 어렸을 땐 들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부쩍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그렇게 알고 있다. 국어사전에 없다는 게 그 증좌 아니겠는가. 이럴 때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이미 널리 퍼진 말을 아직 사전에 올리지 않은 사전 편찬자들을 탓해야 할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을 신문 기사에 사용한 기자를 탓해야 할지 사이에서 말이다.
만일 점잖지 못하고 속어 느낌이 난다면서 '어마무시하다'란 말을 밀쳐낸다면 꼰대 소리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어디 말을 꼭 예전부터 썼던 말만 써야 하냐 말이다. 필요하면 새말을 만들어 쓸 수 있는 것이지... 누가 만들었는지 참 절묘한 말을 만들어 냈다. 달리 대안이 생각나지 않으니 어서 사전이 '어마무시하다'를 올리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어마무시하다'는 북한에선 쓸까. 영어로 번역한다면 어떤 말이 가장 가까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