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 반성해야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봉짓값이란 큼직한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랬다. 눈을 의심했다. 사이시옷에 얼마나 중독되었으면 이럴까 싶었다. 연합뉴스는 늘 휘발윳값, 채솟값 같은 말을 제목에 썼다. 거기 익숙한 기자가 봉지값에도 의당 사이시옷을 붙여야 하는 줄 알고 봉짓값이라 했을 것이다. 아주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씁쓸했다. 봉짓값이 뭔가 봉짓값이... 그게 고약하단 걸 느끼지 못하나. 이렇게 절망하고 낙담해 있던 차에 다른 신문의 기사를 보고 겨우 마음을 좀 추스릴 수 있었다. 동아일보에서 경유값이란 큼직한 제목을 보고서였다. 동아일보는 제목에서 경윳값이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이 신문이 대단한 것이 국립기관에서 제공하는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경윳값이라 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말샘>에 이렇게 되어 있다.
봉짓값은 <우리말샘>에 없다. 사전에 없지만 휘발윳값, 채솟값 등에 이끌려 봉짓값이라 한 거지만 동아일보의 경유값은 사전에 경윳값이라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유값이라 했다.
이런 혼란상의 바닥에 사전이 자리잡고 있다. 사전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 오른 경윳값, 휘발윳값, 채솟값은 들어내야 마땅하다. 이들은 단어가 아니다. 두 단어가 연결된 구다. 따라서 경유 값, 휘발유 값, 채소 값이다. 두 단어기 때문에 띄어쓰는 게 맞고 따라서 사이시옷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봉짓값은 미친 짓이다. 사전이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