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동무들의 모임이 문경에서 있었다. 서울에서 10명, 안동, 대구, 포항, 경주 등에서 20명 가까이 참석했다. 성황을 이뤘다. 처음 본 사람도 몇 있었다. 총무의 독려에 할 수 없이 낀 거지만 다녀오고 보니 잘 갔다 싶었다. 금요일 아침 서울을 출발했고 토요일 밤에 돌아왔다. 1박 2일 즐거웠다.
금요일 저녁을 펜션의 식당에서 먹었고 넓은 방으로 옮겨가 술을 곁들이며 정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윷놀이로 여간 떠들썩하지 않았다. 윷놀이가 흥을 북돋우는 덴 그저 그만이다. 윷판을 마감하고는 펜션 지하의 노래방으로 가서 오랜만에 목청이 터지라 노래 부르고 춤췄다. 코로나로 이런 모임이 3년 동안 없었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한 명이 지병으로 세상을 떴고 또 한 사람은 지금 심각하게 와병 중이라 못 온 게 달라진 모습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다들 곤히 자고 있길래 주섬주섬 옷을 입고 혼자 방을 빠져나왔다. 문경새재옛길을 걷고 싶었다. 날은 화창했고 하늘엔 뭉게구름이 환상적인 모습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연신 폰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제1관문을 지나니 제2관문으로 향하는 길은 숲속 길이었다. 맨발로 걷는 이들이 꽤 눈에 띄었다. 경사는 완만했고 공기가 맑아 걷는 기분이 상쾌했다.
태조왕건 드라말 오픈세트장을 지나 기묘하게 생긴 지름틀바위도 보고 옛날에 집들이 있었던 조령원터도 지났다. 주막도 한 채 남아 있었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도 눈앞에서 봤다. 교귀정은 옛날 경상감사들이 임무 교대하면서 그곳에서 인수인계를 했단다. 산불됴심비는 한글로 씐 조선시대 비석이었다. 과거시험 보러 옛 선비들이 한양을 향해 걷던 길을 걸었다. 일행들이 기다릴 거 같아 제2관문까지만 갔다가 아쉽지만 돌아섰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은 한때 한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100대 관광지에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과연 그럴 만하다 싶게 풍치가 수려했다. 자연과 역사를 아울러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동무들은 아침을 다 먹은 뒤였다. 마침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 새재에 도착한 몇 동무들과 같이 아침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침부터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면 같이 식사를 했을 것이고 그런 후에 문경새재옛길을 산책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옛길을 홀로 걸으며 정경에 흠뻑 취하고 곳곳의 풍경을 사진에 담기 어려웠음은 물론이다. 여럿이 어울려 얘기 나누며 다니다 보면 경치가 눈에 들어올 틈이 없으니까 말이다. 동무들과의 수다를 희생하고 대신 사진을 몇 장 얻었다.
문경새재 옛길은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다. 다음엔 옛길박물관에도 가보고 싶고 무엇보다 주흘산에 올라보고 싶다. 경상도와 충청도 사이에 있으며 백두대간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주흘산, 조령산...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언젠가 오를 생각이 있다. 해발 천 미터가 넘는 데서 내려다보는 광경 또한 장관일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