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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화제가 끊기면 어쩌나’는 기우였다

by 김세중

아이가 둘 있다. 그중 한 아이가 내년 봄 결혼을 한다. 오늘 그 상견례를 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상견례인지라 은근히 걱정됐다. 무엇보다 화제가 걱정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눈단 말인가. 이야기를 나누다 만일 화제가 끊기면 어떡하나. 어색하고 뻘쭘하지 않겠나.


‘상견례 화제’를 넣고 검색을 해봐도 별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많았다. 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왔다. 그쪽은 울산에서 오고 우린 서울에서 맞는 입장이니 일찍 가서 기다렸다.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방에서 기다리지 않고 입구 홀에 나와서 기다렸다. 그게 낫겠다 싶었다.


딸로부터 카톡이 왔다. 도착했느냐고. 남친과 그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오는 중에 보낸 카톡이었다. 그래서 내 모습을 셀카로 찍어 보냈다. 아이가 놀란 듯이 말했다. ‘아버님은 넥타이 안 했는데...’ 하고. 그래서 화급히 넥타이를 푼 뒤에 다시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그랬더니 잘 했다는 답이 왔다. 나만 넥타이를 매고 있으면 그쪽에서 당황할 것 같아 끌렀다. 잘 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화제가 끊기면 어쩌나 하는 건 기우였다. 두 시간을 시종 화기애애하게 어색한 순간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그러니까 아들이 그렇게 따뜻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있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단 옛말이 맞다. 내년 4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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