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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18. 2023

반주(飯酒)

굳이 '한두 잔'이어야 하나

점심을 지인 몇과 같이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 말고 세 명은 건축 분야 종사자였고 나만 아니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반주를 즐겨 마시는 이였다. 아니, 반주가 없인 밥을 못 먹는 사람이라 하는 게 좋겠다.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난 반주를 않는 편이었지만 분위기에 맞추어 술을 마셨다. 술은 보통 맥주만 마시는 편이었는데 쏘맥을 권하니 마시지 않을 수 없었고 이내 취했다. 그래서 원래 오후에 하려고 했던 몇 가지 일을 부득이 내일로 미루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데 맨 정신으로 가야지 취한 상태로 가서야 되겠나 싶어서다.


사무실로 돌아와 대체 '반주'가 뭔가 싶어 국어사전을 들춰 보았다. 이렇게 돼 있었다.



좀 의아하다. '밥을 먹을 때에 곁들여서 한두 잔 마시는 술'이란다. 왜 '한두 잔'일까 싶다. 가볍게 마시는 술임을 표현하기 위해 '한두 잔'이라 하지 않았나 싶은데 이건 좀 아니다 싶다. 반주가 없으면 안 되는 술 쎈 친구가 있어 소주 1병, 맥주 1병으로 모자라 각 1병씩을 더 시켰고 넷 중 한 명은 안 마셨으니 세 명이 소주 2병, 맥주 2병을 마셨다. 그러니 어떻게 한두 잔일 수 있나. 대여섯 잔은 마신 것 같다. 대여섯 잔 마셨으니 반주가 아닌가. 그럴 리가 없다.


반주를 '밥을 먹을 때에 곁들여서 한두 잔 마시는 술'이라 했대서 무슨 중대한 흠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식사에 곁들여 마시는 게 반주인 건 맞지만 굳이 '한두 잔'이라 해야 했는지는 의문이 느껴진다. 반주는 여럿이 식사할 때도 하지만 혼자 식사하면서도 한다. 아니, 혼자 식사할 때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밥 먹을 때라고 꼭 한두 잔일까. 반주로 소주 반 병을 마시는 사람, 한 병을 마시는 사람 각양 각색일 것이다. 한두 잔만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소수가 아닐까. 


한잔 알딸딸하게 취해서 별 시비를 다 걸어보았다. 그러나 국어사전의 '반주' 뜻풀이에서 '한두 잔'은 군더더기 같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국어사전은 개선해야 할 구석이 많다. 중대한 흠이 있는가 하면 사소한 흠도 있다. 흠인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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