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중시하는 신문을 보고 싶다
한 유력지는 쫌아는기자들이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좀'이 아니라 '쫌'인 건 이해된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발음하니까. 그런데 오늘 그 코너에 실린 기사를 읽으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맞춤법에 어긋난 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어서다.
'물을께요'라고 했고 '현재 상황이 안돼면'이란다. 약속형 어미 '-을/ㄹ께'가 '-을/ㄹ게'로 바뀐 게 1988년이니 35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물을께요'라니! 더구나 기사를 쓴 기자는 그가 쓴 책의 저자 소개를 보니 1989년생이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게'로 바뀌었는데도 '께'로 쓰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가. 1988년에 '-을/ㄹ께'를 '-을/ㄹ게'로 바꾼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냥 두었어야 할 것을 괜히 바꾸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지 오래인 물이고 바뀐 이상 바뀐 대로 써야 하는데 잘못 썼다.
'현재 상황이 안돼면'은 더 어이없다. 왜 '안'과 '돼면'을 붙여쓰나. '안 보고 안 먹고 안 입고'를 그는 '안보고 안먹고 안입고'라 쓴단 말인가. 그러나 더 문제는 '되면'을 '돼면'이라 쓴 것이다. '되다'라는 동사가 있을 뿐 '돼다'라는 동사는 없다. '돼'는 '되어'가 줄어들 때만 '돼'가 된다. 기본형은 '되다'이고 어미 '-면'이 붙으면 당연히 '되면'이지 '돼면'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
1등신문임을 자랑하려면 기사의 언어가 모범적이어야 한다. 일탈해서는 안 된다. 기본을 중시하는 신문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