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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말이 되게 문장을 썼으면

짧게 쓰려다가 무리한 경우

by 김세중

한 신문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었다. 뭘 말하려 하는지는 이해하지만 뜨악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결국 정치적인 부담의 차이 때문에 전직 대표는 구속하고, 현직 대표 영장은 기각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가 직감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하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를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가 말이 된다면 그렇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법리를 한다'는 말은 없다.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또는 '사실이면 판사가 법리에 따른 판단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를 그렇게 줄인 것일 텐데 그렇게 줄일 수 있는 건지 의아하다. 내가 너무 꼰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못마땅함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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