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갈팡질팡

단어가 아닌 걸 억지로 단어로 만들어서야

by 김세중

한 신문의 인터넷판 기사를 읽으며 혼란스럽다. '죄값', '소주값', '회삿돈'이라 했다. 우선 '소줏값'이라 하지 않고 '소주값'이라 한 것은 반갑고 다행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말샘>이란 사전에는 '소줏값'이라 돼 있기 때문이다. 그 사전은 '소줏값'을 명사라 하면서 '소주를 사거나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이라 뜻풀이해 놓았다.


'소줏값'이 명사라고? 명사라는 것은 단어라는 건데 내가 보기에 '소줏값'은 단어가 아니다. 구(句)다. 따라서 사전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어쨌든 이 신문이 '소줏값'이 아닌 '소주값'이라 한 건 잘했다고 본다. '소주 값'처럼 띄어썼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c2.png 소주의 가격이란 뜻이니 단어가 아니고 '소줏값'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죄값'이라 했다. '죄값'은 '소주값'과 달리 단어인 듯하다. '죄의 가격'이 아니라 '죄에 대해 치르는 대가'라는 뜻으로 확실히 단어가 맞아 보인다. 구가 아니다. 문제는 사이시옷이다. 국어사전은 '죗값'이라 해 놓았다. 발음이 [죄깝]으로 된소리가 나니까 사이시옷을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은 사전을 따르지 않고 사이시옷을 안 넣은 '죄값'이라 썼다. 왜 국어사전을 따르지 않았을까.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사전을 따르지 않고 '죄값'이라 한 건 마음에 든다. '죗값'은 보기에 낯설고 그래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c1.png 국어사전에 '죗값'이라 올라 있지만 '죄값'이라 썼다. 잘했다 본다.


이번에는 '회삿돈'이라는 말이 제목에 올랐다. 국어사전에 '회삿돈'이라 올라 있다. 국어사전을 따랐다. 국어사전은 '회삿돈'을 '회사에서 운영하는 돈'이라 뜻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회삿돈'이 단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적어도 난 '회사 돈'이라고 '회사'와 '돈' 사이를 떼서 발음하지 '회삿돈[회사똔]'이라고 붙여서 발음하지 않는다. '기업 돈', '학교 돈', '교회 돈', '종친회 돈'이지 '기업돈', '학교돈', '교회돈', '종친회돈'이 아니지 않나. '학굣돈[학교똔]', '교횟돈[교회똔]', '종친횟돈[종친회똔]'은 더더욱 아니지 않나. '학굣돈', '교횟돈', '종친횟돈'이 아닌데 왜 '회삿돈'인가. '회사 돈'이지 않을까. '회삿돈[회사똔]'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단어가 아닌 걸 억지로 단어로 만들어선 안 된다. 무리다.


c3.png 국어사전에 '회삿돈'이라 올라 있다. 억지가 아닐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볼썽사나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