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아닌 걸 억지로 단어로 만들어서야
한 신문의 인터넷판 기사를 읽으며 혼란스럽다. '죄값', '소주값', '회삿돈'이라 했다. 우선 '소줏값'이라 하지 않고 '소주값'이라 한 것은 반갑고 다행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말샘>이란 사전에는 '소줏값'이라 돼 있기 때문이다. 그 사전은 '소줏값'을 명사라 하면서 '소주를 사거나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이라 뜻풀이해 놓았다.
'소줏값'이 명사라고? 명사라는 것은 단어라는 건데 내가 보기에 '소줏값'은 단어가 아니다. 구(句)다. 따라서 사전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어쨌든 이 신문이 '소줏값'이 아닌 '소주값'이라 한 건 잘했다고 본다. '소주 값'처럼 띄어썼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죄값'이라 했다. '죄값'은 '소주값'과 달리 단어인 듯하다. '죄의 가격'이 아니라 '죄에 대해 치르는 대가'라는 뜻으로 확실히 단어가 맞아 보인다. 구가 아니다. 문제는 사이시옷이다. 국어사전은 '죗값'이라 해 놓았다. 발음이 [죄깝]으로 된소리가 나니까 사이시옷을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은 사전을 따르지 않고 사이시옷을 안 넣은 '죄값'이라 썼다. 왜 국어사전을 따르지 않았을까.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사전을 따르지 않고 '죄값'이라 한 건 마음에 든다. '죗값'은 보기에 낯설고 그래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이번에는 '회삿돈'이라는 말이 제목에 올랐다. 국어사전에 '회삿돈'이라 올라 있다. 국어사전을 따랐다. 국어사전은 '회삿돈'을 '회사에서 운영하는 돈'이라 뜻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회삿돈'이 단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적어도 난 '회사 돈'이라고 '회사'와 '돈' 사이를 떼서 발음하지 '회삿돈[회사똔]'이라고 붙여서 발음하지 않는다. '기업 돈', '학교 돈', '교회 돈', '종친회 돈'이지 '기업돈', '학교돈', '교회돈', '종친회돈'이 아니지 않나. '학굣돈[학교똔]', '교횟돈[교회똔]', '종친횟돈[종친회똔]'은 더더욱 아니지 않나. '학굣돈', '교횟돈', '종친횟돈'이 아닌데 왜 '회삿돈'인가. '회사 돈'이지 않을까. '회삿돈[회사똔]'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단어가 아닌 걸 억지로 단어로 만들어선 안 된다.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