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왜 이렇게 함부로 하나
연말에 방송사마다 늘 하는 게 있다. 그해에 빛나는 활약을 펼친 연예인들에게 이런저런 상을 주는 것이다. 떠들썩하게 행사를 치르고 그걸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분위기가 아주 화려하다. 그리고 이를 여러 매체가 보도를 한다. 한 매체의 기사를 읽고 좀 놀랐다.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으면서다.
KBS가 11개 부문을 공동 수상했단다. 여기서 수상이 뭔지 의문이 든다. 수상은 상을 받는 것인가 주는 것인가. 상을 받는 것이라면 이상하다. KBS가 어떻게 공동 수상하나. KBS는 상을 주는 주체인데 말이다. 그러니 KBS가 총 21개의 부문 중 11개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면 이때의 수상은 상을 주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뒤이어 '우수상 역시 장편드라마와 미니시리즈 부문을 합해서 총 6명이 수상했다'고 했다. 이때의 '수상'은 도저히 상을 주었다는 뜻이 될 수 없다.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단락 안에서 수상을 상을 주었다는 뜻으로 썼다가 받았다는 뜻으로도 썼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비록 국어사전에 '수상하다'가 '受償하다(받다)'도 있고 '授償하다(주다)'도 있으니 뭐가 잘못이냐고 할지 혹 모르겠지만 기자가 정말 '授償하다'가 있다는 걸 알고 그리 썼을까. 그럴 거 같지 않다. 보통 그렇게는 잘 안 쓰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좋게 봐줄 수 없다. 'KBS는 총 21개의 부문 중 11개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가 아니라 'KBS는 총 21개의 부문 중 11개 부문을 공동 수상자로 했다.' 라야 하지 않나. 말을 왜 이렇게 아무렇게나 막 하는지 모르겠다. 좀 혼란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