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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탐방

서울 옛 모습 흔적을 만날 수 있다

by 김세중

을지로5가 사거리 부근에서 일찍 일을 마치고 도보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을지로 일대를 탐방해 보기로 한 것이다. 길 남쪽에 중부시장이 있다. 중부시장은 건어물시장으로 유명한데 과연 큰 간판에 '국내 최대 건어물 전문시장'이라 씌어 있었다. 오장동함흥냉면 앞을 지나 퇴계로 부근까지 이른 뒤 다시 북쪽으로 향하니 중구청이 나타났다. 실로 우람한 청사였다.


덕수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길바닥에 '옛 길 흔적 살리기'라고 씐 동판이 박혀 있었다. 18세기부터 있던 길이라는 설명이 새겨져 있었다. 어디 18세기뿐이겠나. 그 이전에도 있었겠지. 방산시장을 통과해 청계천을 건너서 광장시장까지 가보았다. 광장시장은 떠들썩했다. 음식과 포목이 시장의 양대 주력 품목이다. 육회 전문집이 몰려 있는 곳도 있고 북2문 앞엔 뭔가를 사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꽈배기를 사려는가. 광장시장은 외국인들도 여간 즐겨 찾는 곳이 아니다.


다시 청계천을 건너 우래옥, 문화옥 등을 지났다. 오래된 노포다. 우래옥은 명성이 자자한 냉면집이 아닌가. 세운상가쪽으로 가는데 골목길을 지나며 참으로 놀랐다. 중구 산림동을 아는가. 서울에 이런 데가 있나 싶을 만큼 좁은 골목에 온통 철강 제품을 다루는 작은 점포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이 골목의 역사가 궁금하다. 을지로의 국도극장은 호텔국도로 바뀐 지 오래다. 마른내로에 이른 뒤 인현시장 남쪽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명보아트홀 건물에 닿았는데 벽에 설립자인 신영균 씨의 얼굴이 동판에 그려져 있었다.


을지로3가역으로 향하다 안동장이라는 중국집 앞을 지나고 골목길에 들어서 을지로골뱅이거리에 이르렀다. 과연 골뱅이집이 많았다. 을지로2가사거리에 오니 갑자기 번화해졌다. 엄청난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그리고 텅 빈 공간 또한 넓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청계천베를린광장이란다. 그런 이름이 붙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웃한 청계천한빛광장도 꽤 넓다.


이제 마지막으로 들를 데는 무교동이다. 그곳엔 다동무교동음식문화의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헐린 건물도 제법 있지만 여전히 노포들은 그 자리에 있다. 그중 하나가 추탕으로 유명한 용금옥이다. 근처 다동쉼터라는 공간은 작은 공원인데 좀 을씨년스러워 뵌다. 동네를 두 바퀴쯤 돌고서야 비로소 방향 감각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다음에 오면 헤매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곳을 빠져나와 보신각 앞을 지나 종각역에서 이르러 오늘의 을지로 탐방을 마쳤다.


을지로는 북으로는 종로청계천, 남으로는 마른내로퇴계로를 두고 그 사이에 있는 가히 옛 서울의 한가운데라 할 수 있다. 을지로 1가와 2가 그리고 3가 일부는 최첨단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4가와 5가는 전혀 딴판이다. 마치 195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골목이 남아 있다. 서울은 그런 곳이다. 옛날과 오늘이 공존하고 있다. 을지로의 을지는 당연히 을지문덕에서 왔다. 퇴계와 충부공이 조선시대 사람이지만 을지문덕은 훨씬 오래 전인 고구려 사람 아닌가. 서울 옛 모습 흔적을 을지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중부시장은 건어물 전문이다
오장동 냉면집
중구청
덕수중학교
청계천
활기찬 광장시장
종로에까지 이르렀다
옛 국도극장은 호텔국도로 바뀐 지 오래다
덕수중학교 옆 옛길
우래옥
신영균
안동장
보신각
도보 여행 10.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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