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롱과 애슐리 롱 이야기
인터넷이 있으니 외국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외국 미디어에서 읽은 한 사연은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놀랍고 감동적이다. 1976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 청년 로니 롱이 50대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그해 10월 법원에서 징역 80년을 선고받았다. 증거는 없었고 오로지 피해자인 여성이 "저 사람이 범인 같다."고 한 말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채취된 가해자 체액의 검사 결과 로니 롱의 것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법정의 판사들은 전원 백인이었고 로니 롱의 억울한 옥살이가 시작됐다.
기나긴 세월이 흘렀고 무고한 로니 롱은 2020년 여름에 44년 3개월 27일만에 석방됐다. 그의 무죄를 확신한 변호인과 여러 지인들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였다. 항소법원은 그의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한 것이다. 여기에 기막힌 사연이 들어 있다. 애슐리 롱이라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애슐리 롱은 대학에서 형사법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로니 롱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복역 중이었던 로니 롱과 그녀는 펜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면회를 통해서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바로 로니가 무죄임을 확신했다. 만남은 사랑으로 발전했고 이듬해인 2014년 두 사람은 옥중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로니의 아내가 된 애슐리는 롱의 석방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어깨에는 문신으로 "로니를 석방하라(Free Ronnie Long!"를 새겼고 왼쪽 가슴에 로니 롱의 죄수 번호를 새겼다. 그녀의 가열찬 노력은 2020년 드디어 결실을 맺었고 재심에서 로니는 석방됐다. 결혼한 지 6년만이었다. 44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로니 롱에게 최근 법원은 2,5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한화로 300억원쯤 된다. 스무살 청년이 64세에 자유를 찾았고 지금은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 30년 나이 차를 극복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결혼이 아름답다. 사랑엔 국경이 없다지만 인종의 다름도 당연히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나이도 그러하다. 정의가 세워졌지만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