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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다방

말은 원래 그리 규칙적이지 않다

by 김세중

한 매체에서 '다방'이란 말이 쓰였는가 하면 '다방'이란 말이 쓰이기도 했다. 같은 뜻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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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걸까. 무엇이 맞을까. 무엇이 맞다는 걸 말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게 무얼까. 그게 국어사전이라면 '떴다방'이 맞겠다. 우리말샘이란 인터넷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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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샘이 무엇을 근거로 떴다방이 맞고 떳다방은 틀렸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번히 짚이는 데는 있다. 이 말이 '떴다'와 ''이 결합돼 생긴 말이고 '떴다'는 '뜨다'의 어간 '-'에 과거형 시제어미 '--'과 문장 종결어미 '-'가 결합된 말이기 때문에 '떴다'가 맞다고 한 것이겠다.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해서 꼭 '다방'이어야만 할까. '다방'은 될 수 없는 걸까. 왜 '다방'이란 말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걸까. 다음은 신문기사검색 사이트인 빅카인즈의 '떳다방'에 대한 검색 결과이다. 이미 1990년부터 '다방'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다방'보다 더 오래됐다. 물론 '다방'도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떳다방'보다 검색 건수는 더 많다. 그러나 많다고 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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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매우 불규칙하다는 특징이 있다. 말을 만들어 쓰는 언중이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중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일까. 지목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왜 '떴+다'에서 비롯된 말인데도 '다방'이라고 이렇게 많이 썼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저 '언중'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비록 우리말샘은 '떳다방'은 틀렸고 '떴다방'이 맞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사람들이 은연중 '떳다방'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을 헤아리고 또 존중하고 싶다. 왜 '떴다방'이 아니라 '떳다방'에 끌렸을까. 그래서 이토록 많은 '떳다방'이 쓰였고 지금도 쓰이고 있는 걸까.


단순히 변덕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본다. 우선 '떴다방'보다 '떳다방'이 단순, 간편하다. 그리고'떳다방'에 '떴다'라는 뜻이 그리 분명하게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단순히 '떴다'는 '떳다'라 쓰면 틀리고 '떴다'라고 써야만 하지만 거기에 '방'이 붙었을 때는 간편하게 '떳다방'이라고 한들 무슨 상관일까.


별세한 지 벌써 2년이 가까워 오는 고 이어령 선생은 생전에 과거형 어미 '었/았'을 그냥 '엇/앗'으로 쓰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워했었다. 우리는 과거형 어미 '었/았'을 자판에서 치기 위해 시프트키를 누른 채 'ㅅ'을 눌러야 한다. 그래야 'ㅆ'이 쳐진다. 그 노력과 수고가 엄청나다는 걸 지적한 것이었다. 그저 아쉬워했을 뿐 실현되지 않았지만 일리는 없지 않다고 본다. 만일 과거형 시제어미가 '엇/앗'이었다면 '떴다방'이냐 '떳다방'이냐의 논란은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과거형 시제어미를 이제 와서 '었/았'에서 '엇/앗'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한 단어일 뿐인 '떴다방'의 표기를 '떳다방'으로 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까. '떳다방'이 '떴다방'보다 역사가 더 깊다는 것도 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 말을 너무 규칙에 얽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그리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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