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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쌈지길에서

인사동에서 희망을 보았다

by 김세중

주삿바늘, 막냇동생, 장맛비 하며 사이시옷을 넣지 못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중에 꼭 그렇지만은 아닌 모습을 보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제 인사동 골목을 샅샅이 누비며 돌아다녔는데 인사동 대로에는 여간 붐비지 않는 곳이 있었다. 바로 쌈지길이었다. 미로 같은 상점가는 사람들로 미어 터지는 것 같았다. 뭐가 그리 볼거리, 살거리가 많은지! 그런데 그곳은 쌈짓길이 아니라 쌈지길이라 적혀 있었다.


쌈짓길이 아니고 쌈지길인가. 발음이 [쌈지]이 아니고 [쌈지]이어서일까. 아닐 것이다. 발음은 분명 [쌈지]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당 쌈짓길로 적어야 마땅하다. 한글 맞춤법에 그렇게 돼 있다. 그렇지만 인사동 쌈지길은 쌈짓길이 아니라 쌈지길이라 적혀 있었다. 올레길, 둘레길 등이 올렛길, 둘렛길이 아니라 올레길, 둘레길로 충분히 그리고 확고하게 굳어졌기에 이에 영향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둘레길, 올레길, 쌈지길이 출발점이 돼서 순댓국도 어서 국어사전에서 몰아내고 순대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사이시옷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 사이시옷은 그게 들어간 것이 확고하게 굳어진 말에만 넣으면 된다. 순대국순대국으로 굳어져 있었다. 실제로 이 나라 순대국 파는 집은 전국 어디나 대체로 순대국이라 간판이며 메뉴판에 적지 순댓국이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전만 독야청청 순댓국이다.


에서 출발해 이며 이며 온갖 합성어에서 사이시옷을 들어내길 바란다. 최댓값, 최솟값, 극댓값, 극솟값은 코미디다. 채솟값, 휘발윳값, 과잣값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단어도 아닌데 사이시옷을 넣었으니 이건 뭐 거의 실성했다고나 할까. 인사동 쌈지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g_4eeUd018svc1ql0b0i1yzxac_hgt0e.png 인사동 '쌈지길'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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