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사용한 지가 10여 년 된 거 같다. 2010년 무렵 같다. 처음 몇 해는 아이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여섯 번쯤 폰을 바꾸지 않았나 싶은데 전화기를 잃어버려 전화번호를 하나씩 새로 입력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카카오톡은 살아 있고 거기 개인 프로필에 전화번호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카카톡 프로필의 전화번호도 폰의 전화번호부에 전번이 기록되어 있을 때 뜨는 것이지 폰 전화번호부가 비어 있으면 카톡 프로필에도 전번은 뜨지 않는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몇 해 전에 클라우드에 가입해 뭔가를 남겨 둔 게 생각났다. 거기에 혹시 전화번호부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클라우드를 찾아보았다. 내가 가입한 클라우드가 뭐지? 우선 네이버클라우드 앱을 깔고 들어가보니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실로 어마어마어마한 내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2021년 11월 사진이 끝이었는데 왜 그 후 사진은 없나 봤더니 용량이 30GB인데 그걸 다 써서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그 이후 사진은 없었다.
네이버 클라우드에 그렇게 많은 사진이 저장돼 있었지만 정작 내 전화번호부는 없었다. 자동으로 백업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포기할까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에도 가입돼 있음을 알고 거기에 들어가 보았으나 원드라이브 계정은 있으되 자료는 없었다. 아무것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
이제 길은 명확해졌다. 지인들 전화번호를 하나씩 새 폰에 기록해 넣을 수밖에 없다.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지루하고 성가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 자업자득이다. 전화번호부를 완성한 뒤에는 클라우드에 자동 백업하는 방법을 알아두어야겠다. 이런 일을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