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an 26. 2024

촉법소년?

또 한번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엔 행위 주체가 15세 중학생이어서 더욱 놀랍다. 그런데 그가 잡힌 뒤 "나는 촉법소년이다."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얘긴 뭔가. 촉법소년이니까 나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과연 그럴까. 그는 촉법소년이 뭔지 알고 있을까.


국어사전은 촉법소년을 이렇게 뜻풀이하고 있다. 


촉법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을 받지 않으며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된다.


과연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보호 처분은 받는다. 보호 처분이란 무엇인가. 소년원에 들어가는 것도 보호 처분이다. 교도소와 소년원은 뭔가 다르긴 하겠지만 자유를 잃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는 그건 알고 있는 걸까.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의문은 그가 과연 14세 미만이냐는 것이다. 14세 미만이라면 13세 이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15세라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촉법소년이 아니다. 보호 처분의 대상이 아니고 형사 처벌 대상이란 얘기다. 그는 누구로부터 자기가 촉법소년이란 말을 들었을까. 


그건 그렇고 촉법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국어사전에 촉법소년은 있어도 촉법은 없다. 이런 일은 흔치 않다. 촉법소년이 사전에 올라 있으면 촉법도 사전에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촉법이 사전에 없으니 촉법의 뜻이 뭔지는 촉법소년의 뜻풀이를 보고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촉법소년의 풀이를 보면 촉법은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이란 뜻이다. 쉽게 말해 범법이다. 촉법소년은 달리 말하면 범법소년이다. 즉, 촉법소년은 비록 범법은 했지만 나이가 14세 미만이어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묘하다. 범법은 했지만 처별을 면하는 소년이라는 것이다. 


촉법소년은 일본의 법에서 쓰는 말이다. 일본 법에서는 触法少年이라고 한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라는 조건도 한국과 똑같다. 한국이 일본의 법을 따랐을 것이다. 내년이면 광복 80년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촉법소년을 좀 알기 쉬운 말로 바꿀 순 없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촉법소년은 모호한 말로 이번에 끔찍한 짓을 저지른 중학생도 촉법소년의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건 아닐까. 불처벌범법소년촉법소년이라는 건데 소년은 '범법'보다는 '불처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끔찍한 범죄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질렀을 것 같다. 정작 14세 미만이란 조건에도 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세상이 몹시 흉흉하다.

작가의 이전글 책의 제목이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