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질서와 규칙을 존중해야
근로복지기본법이란 법이 있다. 중소기업근로자복지진흥법 및 근로자의생활향상과고용안정지원에관한법률 등 근로자복지와 관련된 법령을 통합·정비하여 생산적 복지의 실현과 근로자 복지정책 및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고 2001년 8월 14일 제정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 제1조 목적은 표현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
제1조의 문장은 문법적으로는 완전한 것처럼 보인다. 흠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입법자의 의도를 잘 반영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도와 다르게 표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입법자의 의도는 이 법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제1조의 문장은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이 법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입법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1조의 문장은 다음 둘 중 어느 하나여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의 문장은 명사구를 접속했고 뒤의 문장은 동사구를 접속했다. 접속은 대등한 성분끼리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도했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말에는 질서와 규칙이 있고 우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만인이 따라야 하는 법조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