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에 이의 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다. 약칭 금융실명법이다. 이 법은 1997년 12월 31일 제정되었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보다 17년 전인 1982년 12월 제정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다. 금융실명제가 꽤 오래 전부터 논의가 됐고 굴곡을 많이 겪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제1조의 문장에 의아한 점이 있다.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접속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경제정의를 실현하고'는 무엇과 접속하는가? 문면상으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과 접속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현하고'와 '도모함'이 접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입법자의 의도는 '경제 정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추측이 맞다면 다음과 같이 썼어야 옳다.
아니면 '도모함'을 빼고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었다고 본다.
핵심어만 늘어놓아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야 있겠지만 적어도 법조문이라면 빈틈이 조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접속은 대등한 성분끼리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법은 처음에 잘 만들어야 한다. 1997년을 기준으로 해도 벌써 26년이 지났지만 당시 작성한 법조문 문구가 지금도 그대로다. 말은 상대방이 아무 오해 없이 분명하게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말이 정확하다는 것은 사고 내용이 정확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