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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다' 남용 않았으면

편익을 증대시키고?

by 김세중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란 법이 있다. 약칭 금융혁신법이다. 2018년 12월 31일 제정되었다. 이 법의 제1조에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의 개발과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금융서비스 관련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편익'은 '편리와 이익'을 뜻하므로 '편익을 증대시키고'라는 말은 '편리와 이익을 늘리고'란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증대시키고'라고 했다. 사전에 '증대시키다'라는 말이 없는데도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증대하다'가 있을 뿐이다.


증대하다 : 양이 많아지거나 규모가 커지다. 또는 양을 늘리거나 규모를 크게 하다.


'증대하다'는 자동사로 쓰이기도 하고 타동사로 쓰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즉, '증대하다'만으로 타동사가 됨에도 불구하고 '증대시키다'라고 했다. 무척 부자연스럽다. '늘리고'나 '증대하고'만으로 충분한데 '증대시키고'라 했는데 접미사 '-시키다'는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한다. 중언부언의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34조에도 지적할 것이 있다.


제34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3조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고 했다. 민법에도 이런 표현이 꽤 쓰이고 있는데 '행위를 벌하는 것 외에'지 '행위를 벌하는 외에'가 아니다. '~는 외에'는 법조문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표현인데 문법에 맞지 않다. 국어에 법조문의 문법이 따로 있지 않다. 문법은 하나뿐이다. 법조인들에게 특권의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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