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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문에 오류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로서'를 쓸 자리에 '로써'를 쓰다니

by 김세중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다. 2007년 7월 27일 제정된 법으로 약칭 급경사지법이다. 이 법의 제10조는 다음과 같다.


제10조(붕괴위험지역에서의 행위 협의)

① 관계 행정기관이 붕괴위험지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수반하는 허가ㆍ인가, 면허ㆍ승인ㆍ해제ㆍ결정ㆍ동의ㆍ협의 등(이하 “인ㆍ허가등”이라 한다)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소관 관리기관과 협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자연재해대책법」제4조에 따라 재해영향평가등의 협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7. 10. 24.>

1. 토석의 굴착을 수반하는 관로(管路)의 설치, 철탑의 설치, 도로ㆍ교량 등 구조물의 설치 행위

2. 토석의 굴착을 수반하는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ㆍ개축하는 행위

3. 옹벽ㆍ축대 및 측구(側溝) 등을 변경하는 행위

4. 수목을 벌채하거나 잔디 등을 제거하는 행위

5. 그 밖에 급경사지의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토석, 측구 같은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말이 들어 있어서 낯설거니와 제1항 제5호에는 명백한 오기가 보여 눈살이 찌푸려진다. 붕괴위험지역에서 미리 소관 관리기관과 협의를 해야 하는 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제5호에 '급경사지의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로써'라고 했다. 당연히 '행위로서'라고 해야 옳다. '-로써'는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내고 '-로서'는 지위나 신분, 자격을 나타내는데 위 법 제10조 제1항 제5호에서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자격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조사를 잘못 썼다.


법률은 제정이나 개정 때 참으로 많은 단계를 거친다. 특히 정부입법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해당 부처에서 법조문을 작성하고 입법예고도 해서 국민에게 두루 알린다. 법제처에서도 심사를 한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에 넘겨져 국회에서도 살핀다. 이런 많은 단계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 모두들 건성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문에 오류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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