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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08. 2024

'하여금' 잘못 쓰기

문법을 지켜야 한다

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다. 약칭 남극활동법이다. 2004년 3월에 제정되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문법에 맞지 않는 조문이 들어 있다. 제18조 제2항을 보자.


제18조(남극활동감시원의 지명 및 활동 등) 

②외교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남극활동감시원에게 남극환경보호에 관련된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도록 명할 수 있고, 환경부장관 및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교부장관에게 제1항에 따른 남극활동감시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외교부장관은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환경부장관 및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교부장관에게 제1항에 따른 남극활동감시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남극활동감시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명하도록'이 문제다. 남극활동감시원이 누구에 필요한 조사를 명한다는 말인가? 남극활동감시원은 필요한 조사를 해야 할 사람이지 필요한 조사를 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문장이 잘못 씌었다. 제2항은 다음과 같이 씌어야 했다.


②외교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남극활동감시원에게 남극환경보호에 관련된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도록 명할 수 있고, 환경부장관 및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교부장관에게 제1항에 따른 남극활동감시원이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외교부장관은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제18조 제2항에서와 같은 오류가 제19항 제4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제19조(남극활동결과 등의 보고) 

④외교부장관은 남극지역의 환경보호 또는 남극활동의 국제적 협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남극활동을 하는 자에 대하여 그 활동에 관한 보고를 하도록 할 수 있으며, 환경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외교부장관에게 남극활동을 하는 자로 하여금 그 활동에 대한 보고를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여기서도 역시 '남극활동을 하는 자가 그 활동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명할 것을'이라고 해야 한다. 문법에 맞지 않아도 대충 뜻이 통하려니 하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도 오류 없이 정확하고 엄밀해야 하는 것이 법조문 아닌가.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이 있다. 제15조에서 '발생하다'와 '발생되다'를 같은 조 안에서 혼용하고 있다.


제15조(폐기물의 처리 및 관리) ①제4조에 따른 남극활동의 허가를 받은 자는 남극활동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남극활동을 하는 자는 그 남극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폐기물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제1항에서는 '발생되는 폐기물', 제2항에서는 '발생하는 폐기물'인데 굳이 달리 해야 할 이유가 있나. '발생하는'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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