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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07. 2024

난민법의 문장은 좀 더 세련될 수 없나

법조문은 가장 모범적이어야

난민법은 2012년 2월에 제정된 법이다. 대한민국은 1992년 12월에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동 협약 의정서에 가입한 이래 난민에 관해서는 출입국관리법으로 규율해 왔지만 난민의 인정과 처우에 소홀함이 있다 해서 난민법을 새로 제정하게 됐다 한다. 난민법은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필요한 법률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법의 조문에는 표현이 세련되지 못한 대목이 군데군데 보인다. 우선 제2조 제5호를 보자.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5. “재정착희망난민”이란 대한민국 밖에 있는 난민 중 대한민국에서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에서 '대한민국에서'와 호응하는 서술어는 무엇인가. 정착인가, 희망인가. 희망이 아니라 정착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외국인' 또는 '대한민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외국인'이라야 뜻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착'은 명사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와 어울릴 수 없다. 따라서 '정착을' 대신에 '정착하기를'이라 해야 한다. 


제26조 제3조의 '4급 이상 공무원이거나 이었던 사람'도 그리 권장할 만한 표현이 못 된다. '4급 이상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라고 왜 하지 못하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공무원'을 생략한 모양인데 앞에 명사가 없는 '이었던'은 잘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제26조(위원의 임명) 

(중략)

3. 난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4급 이상 공무원이거나 이었던 사람


또, 제45조 제2항에는 '민간에게 위탁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제45조(난민지원시설의 운영 등)

②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1항에 따른 업무의 일부를 민간에게 위탁할 수 있다.


그런데 조사 '에게'는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어' 쓰인다고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민간'이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일까. 사람과 관계되기는 해도 사람 자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민간에게'가 아니라 '민간에'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법조문의 문장은 흠이 잡혀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들 때는 내용도 명확해야 하지만 표현에도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법조문은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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