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법조문에 시제어미가 정확하게 쓰이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 틀린 정도가 다양하다. 명백하게 틀린 시제어미가 버젓이 쓰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게 명백하진 않아 보여도 상당히 어색해 보이는 시제어미가 쓰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만 이상한 경우도 있다. 분명 정확하지 않은 시제어미인데 그 정확하지 않은 정도가 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명백한 오류를 보자. 상법 제694조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지급할'은 실로 터무니없는 오류다. '지급한'이라야 맞다. 피보험자가 '이미' 지급한 공동해손의 분담액을 보험자는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급할'이라 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민법 제245조에도 상당히 어색한 시제어미가 쓰였다.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이 자연스러운가. 상당히 어색하다. '20년간'이란 말이 있는 이상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이든지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해온 자는'이라야 자연스럽다. 그게 한국어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시제어미가 쓰인 민법 제245조는 1958년 제정된 이래 66년째 건재하다. 무슨 생각에서 이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다음은 아주 살짝만 어색한 시제어미의 사례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5조의3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측정할 때와 달라졌다고 인정하여'에서 '측정할'은 보통 이상한 줄을 잘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측정했을 때와 달라졌다고 인정하여'와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더 뜻이 선명한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법조문은 이왕이면 가장 명료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마땅하다. 법조문의 시제어미에 다양한 오류가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오류에서부터 미세한 부주의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다. 우리는 문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