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중국을 몇 번 다녀오긴 했다. 마지막으로 간 건 2016년 10월이었다. 그때 윈난성 리장으로 가 옥룡설산을 보고 왔다. 한시적으로 리장까지 가는 전세기가 운항되던 때여서 그걸 이용했다. 그런데 엊그제 뉴스에서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방문 대상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럽의 8개 나라와 함께 한국을 비자 면제국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뜻밖이다. 중국은 1992년 한국과의 수교 이후 한국민에 대해 비자를 면제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여러모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데 최근의 국제정세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쟁에 파병하는 등 러시아와 급속히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중국은 한국과 가까워짐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에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쨌든 갑작스런 중국의 조치에 반가움과 함께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께름칙한 것은 또 있다. 이번 조치는 2025년 12월 31일까지라는 것이다. 그럼 2026년부터는? 그때부턴 다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건가? 그때 가서 비자 면제를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건가? 체류 기간을 15일로 제한한 것은 일반적으로 90일이 보통인 것을 감안할 때 아쉽지만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그러나 2025년말까지라는 게 뜨악하다.
활발했던 인천과 중국의 여러 항 사이의 여객선 운항이 끊긴 지 몇 해 됐다. 최근 들어 대부분 항구와의 연결이재개됐다. 이번 한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로 한중간의 페리선 운항이 더욱 활기를 띨 게 분명해 보인다. 반가운 일이다. 중국인은 이제까지 제주도에 한해서만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었는데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비자가 없어도 된다 하니 중국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후보지로는 먼저 상하이를 첫손에 꼽는다. 한국과 관련된 사적이 많은 곳이다. 임시정부 유적지도 있고. 간 김에 쑤저우, 항저우도 가보고 싶고 닝보, 난퉁도 볼 게 많을 듯하다. 내친김에 난징까지 가면 더 좋고. 중국에 가는 건 좋지만 조심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닐 게다. 유튜브 접속이 차단돼 있고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라 들었다. 자유세계가 아닌 것이다.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 어서 다녀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