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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06. 2024

한글이 우릴 살렸다고?

사실을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한글을 도입해 자신들의 언어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단다. 인도네시아는 소수 민족이 많기로 유명하다. 파푸아뉴기니 다음으로 소수 민족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소수 민족은 전통적으로 자기들의 고유한 언어가 있었다. 그런데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도입해 사라져 가는 찌아찌아어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기사를 읽어보면 믿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사진이 극명하게 이를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기사를 주의 깊게 읽어본 독자라면 뭔가 이상한 대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사진 설명에 다음과 같이 말이 있었다.




"Few members of the tribe use Hangul."이 무슨 뜻인가. 찌아찌아족 중에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 아닌가. 기사 본문과 잘 맞지 않는다. 찌아찌아족 중에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데 어떻게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인가.


필자는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과거 여러 차례의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한 바 있다. 국뽕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국내 매체들이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데 뉴욕타임스 기사라면 무조건 믿어야 하나? 꺼뻑 죽는 게 당연한가?


뉴욕타임스 기사는 그나마 "Few members of the tribe use Hangul."라고 해서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여지라도 남겼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를 인용 보도하는 국내 각종 매체들의 보도는 국뽕에 취한 듯 선정적인 제목을 뽑고 있다. "한글이 우릴 살렸어요... 언어 사라질 위기 처한 이 부족 정체성 지켰다"가 한 예다.


기사에서 사진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할떼 빠싸르 까르바 야루"라는 한글 표지판이 인도네시아 부톤 섬의 시골 마을 까르야 바루에 크게 붙어 있다. 이걸 보고 한글이 현지에서 쓰이고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게 있다. "할떼 빠싸르 까르바 야루"가 어떤 언어냐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것이 인도네시아어찌아찌아어냐는 것이다.


검색과 인공지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할떼 빠싸르 까르바 야루"는 찌아찌아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어라는 것이다. 이는 한글이 인도네시아어를 적는 데 쓰였지 찌아찌아어를 적는 데 쓰이지 않았음을 뜻한다. 할떼는 인도네시아어로 정거장이라는 뜻이고 빠싸르는 인도네시아어로 시장이라는 뜻이다. 만일 찌아찌아어로도 할떼가 정거장, 빠싸르가 시장이라는 뜻이라면 혹시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한글이 사용된 표지판 사진을 보고 한글이 찌아짜어를 적는 데 쓰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그걸 확인했을까. 그렇다면 "Few members of the tribe use Hangul."은 뭔가. 


필자가 알기로는 찌아찌아족은 찌아찌아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노인들만 사용할 뿐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 찌아찌아족의 어린이들, 중고생은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지만 그걸 찌아찌아어를 적는 데 쓰기보다는 인도네시아어를 적는 데 쓰는 것 같다. 그들은 인도네시아어에 푹 젖어 있고 찌아찌아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찌아찌아어가 점점 더 쓰이지 않고 잊혀지고 있다는 찌아찌아족 원로들의 걱정과 염려가 상당히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인도네시아 부톤 섬 바우바우시와 까르야 바루 마을의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한글을 찌아찌아어를 적는 데 쓰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진의 한글은 인도네시아어를 적는 데 쓰인 것이다. 우리는 사실을 정확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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