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규칙적이지 않다
대구시 신천동에 큰 아울렛이 있다. 현대시티아울렛이다. 그런데 한 유명 통신사에서 보도하기를 '아웃렛화재'라고 했다. 왜 현대시티아울렛에서 화재가 났는데 아웃렛화재라고 제목을 뽑았을까. 짚이는 데가 있다. 국어사전에 '아웃렛'이라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국어사전은 '아웃렛'이라 했을까. 그건 외래어 표기법 때문이겠다.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려다 보니 아웃렛이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외래어 표기법 때문에 '아웃렛'이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어 outlet의 발음은 [ˈaʊtlet]이고 이걸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서 적으면 아우틀렛이다. 그러나 아무도 아우틀렛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은 out과 let이 결합해서 이루어진 말은 out의 한글 표기 '아웃'과 let의 한글 표기를 연결시켜 적으라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highlight가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렛도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 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대구의 대형 쇼핑센터의 이름은 현대시티아웃렛도 아니요 현대시티아우틀렛도 아니다. 현대시티아울렛이다.
그럼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아웃렛이 될 수도 있고 아우틀렛이 될 수도 있지만 아울렛이 될 수 없다. 도무지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아울렛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쇼핑센터의 이름은 현대시티아울렛이다. 꼭 그곳만 그런 게 아니라 아울렛이란 아울렛은 다 아울렛이지 아웃렛은 없다. 대중의 뇌리에 아웃렛은 없으며 오직 아울렛만 있다. 이런 마당에 외래어 표기법을 들먹이며 아웃렛을 쓰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외래어 표기법은 기본적으로 규칙이다. 외국어의 어떤 소리는 한글로 어떤 글자로 적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먹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outlet은 한 대표적 예다. 외래어 표기법이 뭐라고 시키거나 상관없이 대중은 아울렛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굳어진 지 오래다. 이런 판에 외래어 표기법을 들먹이며 아웃렛이라 기사 제목을 다는 것은 웃픈 일이다.
규범은 겸손해야 한다. 대중이 말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대중이 쓰지 않는 말을 규범이라며 들이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규범이 따로 없다. 대중이 사용하는 말이 곧 규범 아니겠는가. '표기법'을 들먹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어생활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말은 규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일사불란하지 않다. 말마다 제멋대로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