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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이상 내버려두고 있는 오류

국가적 수치 아닌가

by 김세중

우리나라 형법은 1953년 9월 제정되었다. 6.25 전쟁이 휴전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다. 형법 제274조는 아동혹사에 관한 조문인데 제정 당시나 지금이나 한 자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과연 1953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듯 낯선 단어가 눈에 띈다. 영업자종업자가 그것이다. 요즘은 영업주, 영업인 같은 말을 쓰지 영업자라는 말은 잘 안 쓴다. 종업자는 더욱 그렇다. 종업자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누구나 종업원이라고 할 것이다. 종업자는 심지어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낯설기 그지없다.


형법

제274조(아동혹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인도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 인도를 받은 자도 같다.


그런데 정작 필자가 지적하려고 하는 것은 영업자, 종업자가 아니다. 그것은 영업주, 종업원으로 바꾸어 이해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이다. 여기서 왜 사용인가. 형법 각론의 모든 조항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처벌한다는 구조로 돼 있다. 저지를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한다. 저지를 사람을 어떻게 처벌한단 말인가. 그건 말이 안 된다.


요컨대 형법 제274조(아동혹사)의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에서 '사용할'은 '사용한'의 단순한 잘못이다. 형법을 제정할 때 실수한 것이다. 그 실수를 7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바로잡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런 것쯤은 사소하다고 봐서 고치지 않고 그냥 두었을 것이다. '사용할'이라고 돼 있지만 '사용한'으로 해석해 왔다. 형법 각론의 다른 모든 조문이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떤 처벌을 한다는 구조로 돼 있는데 유독 제274조에서만 '사용할'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형법 제274조의 '사용할'은 단순한 오타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같은 제274조에서 '사용' 다음에는 '인도', '인도를 '이라고 돼 있지 않나. '인도', '인도를 '이 아니고 말이다.


필자는 형법 제274조의 '사용'에 대해 인공지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인공지능이 제법 똑똑하구나 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주견이 있다. 과소평가할 게 아니다 싶다. 필자와 퍼플렉시티는 다음과 같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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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형법 제274조의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인도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서 '사용할'은 '사용한'의 잘못이 아닌가?


<답변>

귀하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형법 제274조의 해당 문구에서 '사용할'은 '사용한'의 오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행 형법의 정확한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한 영업자 또는 그 종업자에게 인도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사용한'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법률 용어입니다. 이는 실제로 아동을 위험한 업무에 사용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용할'이라는 표현은 미래의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실제 범죄 행위를 규정하는 형법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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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조차도 오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데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는 형법 제274조를 바로잡을 생각을 않고 있다.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형법 제정 후 72년이 가까워 오는데 그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용할'로 적고 '사용한'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형법을 처음 공부하는 신진 학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겠는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말이다. 단 한 글자도 틀린 글자가 있어서는 안 될 법조문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데도 사소하다 치부하고 내버려두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떤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적 수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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