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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지?

'비학군지'가 있을 수 있는 말인가

by 김세중

지난 토요일 한 신문의 "대치동의 꼬리가 되느니 ○○동의 허리가 되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부제는 '휘문·세화고 미달 준학군지 찾는 孟母들'이었다. 필자가 놀란 것은 그 기사에 사용된 표현들 때문이었다. 기사에는 학군지, 준학군지, 비학군지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기사에서 쓰인 학군지, 준학군지, 비학군지는 어디를 가리킬까. 기사 안에 이들 말이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가 나와 있다. 다음과 같다.


이런 맥락에서 부각되는 용어가 ‘준학군지’다. 통상 대치·목동 등 학원가와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전통적인 학군지로 꼽고, 그 외의 지역을 비학군지라 부른다. 그런데 그 사이 어딘가를 뜻하는 용어로 준학군지를 찾는 학부모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울은 고등학교 입학과 관련해 11개 학군으로 나뉘어 있는 줄 안다. 그럼 11개 학군이 모두 각각의 학군지가 아니겠는가. 국어사전에도 학군지가 올라 있고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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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11개 학군지가 있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서 학군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국어사전과 달리 '대치·목동 등 학원가와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을 학군지로 보고 있다는 거 아닌가. 나머지 지역은 준학군지거나 비학군지로 치고 말이다.


강남의 8학군을 비롯한 일부 학군만 학군지고 나머지 지역은 준학군지비학군지라니 이런 언어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차별적 언어는 차별의식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대놓고 당당하게 차별을 하기에 이르렀나. 학군지에 들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치지도 않는 건가. 이런 꼴까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차이가 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차이가 있다고 표현까지 이리도 노골적으로 해도 되나. 비학군지가 있을 수 있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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