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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이 가야 할 길

언어실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by 김세중

산불이 이렇게 크게 난 적이 있었던가.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경북 북부 지방 일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산청에서 난 불은 지리산국립공원을 크게 위협하고 있고 울산, 울주에서도 피해가 막대하다. 수십 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이재민이 군민센터, 학교 등에 피신했다. 재산 피해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비마저 시원스레 내리지 않으니 하늘도 무심하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소방당국은 필사적으로 진화를 위해 분투한다. 어서 불길이 잡히기만을 간절히 빌 따름이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서 '주불'이란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주불잔불의 반대말이다. 무슨 뜻인지는 감을 잡지만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주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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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佛, 駐佛만 있고 잔불의 반대말인 주불은 없었다. 주불은 언제 생긴 말일까. 최근에 생긴 말일까. 그렇지 않다. 신문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빅카인즈에서 찾아보니 이미 2007년 신문에도 쓰였다. 거의 2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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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주불만 없는 게 아니었다. 주종목, 주임무, 주용도, 주관심사, 주멤버, 주경기장 등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 없는 것도 아니었다. 주목적, 주특기, 주전공, 주메뉴 등은 사전 표제어였다. 있는 것은 왜 있고 없는 것은 왜 없나? 기준이 뭔가? 수긍할만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국어사전은 사용되고 있는 말을 생생하게 보여줄 때에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 번히 쓰이고 있는 말인데 국어사전에 없다면 국어사전은 대체 왜 있는가. 사전편찬자들은 언어 실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서 최대한 사전에 반영해야 마땅하다. 사전 독자들은 내가 쓰는 말이 과연 국어단어가 맞는지 그리고 그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알고자 국어사전을 찾는다. 사전은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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