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 왜 이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 중국요리, 중화요리, 청요리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다 같은 뜻이다. 그런데 이들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광둥요리, 베이징요리, 상하이요리, 쓰촨요리까지 있다. 과연 이런 말들이 국어에서 쓰이긴 쓰였나? 지금 쓰이고 있나? 간혹 쓰이니 사전에 올렸다고 치자. 그런데 다른 나라 요리를 가리키는 말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겨우 양요리, 왜요리가 있을 뿐이다.
서양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데 뭉뚱그려 양요리라고만 하고 마나. 이탈리아요리, 프랑스요리가 서로 다르지 않나. 더 희한한 것은 왜요리만 있을 뿐 일본요리라는 말이 사전에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본요리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왜요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윗세대에서는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요리를 사전에 찾아보면 '일본의 요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뜻풀이를 해놓았다. 문제는 일본의 요리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달랑 초밥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샤부샤부도 없고 규동, 야키도리 같은 말도 없다. 그리고 초밥은 뜻풀이에 '일본 음식의 하나'라 했다. 왜 깐풍기, 라조기, 팔보채, 양장피 따위는 일제히 '중국요리의 하나'라고 했으면서 초밥은 '일본 음식의 하나'라 했을까. 잘 모르겠다.
국어사전에 오른 음식에 관한 말은 심하게 왜곡돼 있다.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왜요리라는 말은 내리고 일본요리를 올려야 하지 않겠나. 왜요리라니! 그리고 초밥, 스시만 일본요리인가. 라멘, 소바 같은 말도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았나. 스키야키, 타코야키 등도 꽤 익숙하지 않은가. 전에 우동은 일본어니 가락국수로 바꾸어 쓰라고 했다. 라멘과 라면이 다르듯이 우동과 가락국수도 같지 않다고 생각된다. 상하이요리가 국어사전에 오른 게 이상한 것처럼 일본요리가 국어사전에 없는 것도 이상하다. 일본, 일본어라면 덮어놓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때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질렀다. 대범하고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