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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인가 연산홍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by 김세중

아침에 길을 걷다 길가에 핀 꽃이 너무나 화려해 절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에 이 꽃이 무슨 꽃이냐고 바로 물었다.


c.jpg 참 빛깔이 화려하다


그랬더니 한 인공지능이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c2.png


음, 철쭉이군! 그러나 이 사전을 밴드에 올렸더니 친구들 반응은 달랐다. 철쭉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연산홍"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한 친구는 "연산홍 아닌가?" 했다. 연산홍? 난 잘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조사에 들어갔다. 일단 국어사전에는 영산홍만 있고 연산홍은 없었다. 그러나 신문 기사 검색은 달랐다. 신문 기사에는 오래 전부터 영산홍도 쓰였고 연산홍도 쓰였다. 다만 출현 빈도가 차이가 있었다. 영산홍연산홍보다 훨씬 많이 쓰였다(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1920년~1999년)에는 영산홍이 416회, 연산홍이 58회 나왔다. 빅카인즈(1990~현재)에서는 영산홍이 9,614회, 연산홍이 2,701회 나왔다.). 영산홍이 더 정통성이 있나보다 싶었다. 그리고 국어사전에 영산홍만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될 듯 싶었다. 그렇다면 연산홍은 어떻게 된 건가. 이 말은 왜 국어사전에 없으며 이 말은 어원이 뭔가.


역시 또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그 많은 인공지능에 다 물어보진 못하고 몇 군데에만 물었다. 그랬더니 제각기 답이 달랐다. 다음과 같았다.


대화_사진_20250417_1.jpg



대화_사진_20250417_2.jpg



대화_사진_20250417_3.jpg



연산홍은 한자 표기가 없다는 인공지능이 있는가 하면 연산홍連山紅이라는 인공지능, 그게 아니고 軟山紅이라는 인공지능도 있었다. 다 물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다른 인공지능들은 또 어떻게 대답했을지 모르겠다. 어원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연산홍은 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왜 인공지능은 저마다 달리 답할까. 무슨 근거로 連山紅이니 軟山紅이니 하는 답을 내놓을까.


인공지능이 없었을 때보다 세상은 훨씬 생기를 띠고 있지만 한편으로 얼렁뚱땅 아무렇게나 마구 대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여 사용자를 당혹하게 만든다. 차라리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 어떨까. 그런 겸손하고 솔직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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