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은 쉼이 없다
스마트폰이 나온 지 어느새 20년 가까이 돼가는 거 같다. 애플의 아이폰은 2007년에, 삼성은 2009년에 시판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신기한 물건이 나왔을 때 우리 어문당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대신할 말로 똑똑전화를 권장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고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굳어졌다.
스마트폰은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급감했다.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비디오카메라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이야 물론 지금도 고급 사양의 카메라와 영상 장비를 쓰겠지만 대중은 굳이 디카를 따로 살 이유를 못 느끼고 캠코더도 역시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녹음기도 스마트폰 안에 들어왔다. 볼펜과 수첩조차 필요 없게 됐다. 스마트폰에다 메모하고 기록하면 되니까 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증권사에는 객장에 개미투자자들이 진 치고 앉아서 전광판을 보며 주식 거래를 했었지만 이젠 그런 풍경도 사라진 지 오래다. 주식 매매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송금, 이체 등 온갖 금융 거래를 스마트폰으로 한다. 책도 스마트폰으로 읽고 만화도 스마트폰으로 본다. 드라마, 영화, 스포츠 중계도 같다. 도대체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게 뭔가 싶을 만큼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물건이 됐다.
이런 신통한 스마트폰이지만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먹통이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게 보조배터리다. 보조배터리 하나쯤 없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갑자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보조배터리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우선 무게와 부피의 변화다. 점점 가벼워지고 점점 작아졌다. 반대로 용량은 늘어났다. 무선 충전 방식도 생겨났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더 가볍게, 더 작게, 더 많은 전기를 담게, 더 빨리 충전되게 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보조배터리도 계속 발전과 진화를 하겠지만 한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한번 충전된 폰을 보다 오래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하루도 못 버티는 것을 만일 충전 없이 일주일은 가게 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며칠 전 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가방에 넣어둔 보조배터리는 랜턴 겸용인데 랜턴이 켜져 있지 뭔가.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켜진 모양이다. 그리고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버튼을 누르면 꺼져야 하는데 말이다. 구입한 지 족히 2년은 넘은 것인데 이제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집에 돌아와 새 보조배터리를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오늘 물건이 도착했다. 그동안 쓰던 것보다 훨씬 작고 가벼웠다.
이제 여행을 가더라도 별로 부담이 없다. 자그만 보조배터리를 지참해 다니면 하루 이틀 정도는 끄떡없을 것이다. 조마조마해하지 않아도 된다. 옛사람들이 유비무환이라고 했는데 보조배터리야말로 만일에 대비하는 긴요한 물건이다. 차가 아무리 비싸고 좋아도 연료가 떨어지면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듯이 아무리 신통방통한 기능을 발휘하는 스마트폰도 방전이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늘 새로 산 보조배터리는 얼마나 쓸까 모르겠다. 아마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획기적인 배터리를 발명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경쟁은 치열하고 쉴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