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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리

내 데이터는 내가 통제한다

by 김세중

몇 달 전에 스마트폰을 한바탕 정리한 적이 있다. 유용하다 싶으면 족족 다운받은 수백 개의 앱들이 어지러이 폰 화면에 너절하게 깔려 있었다. 여러 페이지에서 걸쳐서... 사실 홈화면앱스화면의 차이도 몰랐다. 마구 뒤죽박죽인 채였다. 그런데 홈화면과 앱스화면이 구분된다는 걸 알았고 홈화면과 앱스화면을 정리해 나갔다.


홈화면도 한 개의 화면, 앱스화면도 한 개의 화면으로 정리했다. 그러니 옆으로 넘길 일이 아예 없어졌다. 홈화면에는 늘 쓰는 앱과 위젯을 설치했다. 앱스화면에는 다운받은 앱을 그룹으로 묶어 놓았다. 얼마나 단출한지 모르겠다. 내 폰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따금 주위 친구들의 폰을 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고 딱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앱을 그룹으로 묶지 않고 그냥 늘어놓은 이들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필요한 앱을 찾으려면 화면을 옆으로 수도 없이 밀어야 했다.


앱 정리는 웬만큼 됐는데 아직 남은 숙제가 있었다. 사진이었다. 사진 관리를 않고 살아왔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니 그간 찍은 사진이 엄청나게 많다. 찍은 그대로 쌓여 있었고 분류가 전혀 되지 않았다. 수천 장의 사진이 찍은 순서대로 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사진 정리에 착수했다. 사진 관리를 수술대에 올렸다.


인공지능에 사진 관리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어 힌트를 얻은 뒤 맨 먼저 한 일은 사진을 지우는 일이었다. 하나도 지우지 않고 갖고 있는 모든 사진을 분류하고 묶는 일은 너무 방대하고 큰 일 같아서였다. 꼭 남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 사진은 하나하나 지워서 휴지통으로 보냈다. 몇 천 장이던 사진이 몇 백 장으로 줄어들었다. 그 몇 백 장을 놓고 어떻게 분류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갤럭시 갤러리에는 '사진', '앨범', '스토리', '메뉴'가 있다. 앨범에 답이 있는 것 같았다. 앨범에서 +(추가)를 누르니 앨범, 자동 업데이트 앨범, 그룹, 공유 앨범, 가족 공유 앨범이 나왔다. 이 중에서 앨범그룹이 기본인 듯했다. 남은 몇 백 장의 사진을 같은 종류끼리 묶어서 앨범에 넣었다. 그리고 비슷한 앨범을 그룹 안에 넣었다. 몇 개의 그룹이 탄생했다. 아직 그룹에 들지 못한 앨범도 물론 여럿 있다. 이렇게 그룹과 앨범의 두 층위에 의해 수백 장의 사진이 일목요연하게 분류가 됐다. 이제 쉽게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그룹 이름과 앨범 이름이 사진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사진 정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앨범, 그룹만 알았지 자동 업데이트 앨범은 뭔지, 공유 앨범과 가족 공유 앨범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른다. 또한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고 스튜디오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 클라우드에 보내서 보관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일단 앨범그룹은 익혔으니 다른 것들도 이내 익혀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왜 진작 이렇게 편리한 것을 깨치지 못하고 지냈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까지하다. 그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내 데이터는 내가 통제한다. 그래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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