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과 과장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by 김세중

한 신문이 창간 106주년을 맞았고 한 언론학자가 기고를 했다. 글의 내용에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특히 다음 대목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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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상의 파편화된 정보, 유사 언론의 허위조작 뉴스, AI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이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맞다.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는 균형 잡힌 정보 대신 부분적인 파편이 널려 있어 진실이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사 언론'이 뭔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언론을 자처하는 쓴 매체가 오늘날 너무나 많고 그들이 전하는 정보에는 믿어도 되나 싶은 보도가 너무나 많다. AI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실제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게 수두룩하지 않은가.


기고를 한 언론학자는 '언론'만 문제삼지 않았다. '정치권력'은 거침없고 방대한 예산과 인력으로 무장된 '국가 통치 체제'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거대 초지능 '기업'들, 국제 사회 '패권주의'도 우리를 혼돈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이들도 다 문제라는 것이다. 오로지 믿을 것은 '언론', 그중에서도 '제대로 된 언론'뿐이라는 얘기였다. 글쎄, 제대로 되지 않은 언론과 제대로 된 언론은 어디서 경계가 그어지는지 모르겠다. 극히 주관적이지 않은가.


이런 논지를 펼치면서 쓴 다음 문장이 읽는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언론 외엔 남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중대한 생략이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다음과 같이 말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이제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언론 외엔 제대로 된 게 남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제대로 된 게'가 생략되었다. 이걸 생략하니 '제대로 된 언론 외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게 되고 말았다.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정치권력, 국가 통치 체제, 거대 초지능 기업들, 패권주의 같은 건 엄연히 남아 있고 존재하지 않는가. 그런데 '남은 게 없다'고? '제대로 된 게 남은 게 없다'고 했다면 몰라도 덮어놓고 '남은 게 없다'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


꼭 있어야 할 말을 생략해 버리니 과장이 됐고 그래서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언론 외엔 남은 게 없다"고 하는 것은 과언이 아닌 게 아니라 과언 그 자체 같다. 신문의 글이 생략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 나머지 그만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아마 그 신문만은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치부하는 모양이지만 과연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다. 자화자찬, 아전인수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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