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논리적 비약은 금물

by 김세중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쓸 필요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출석 회피는 그런 상황을 바라고 헌재 심판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키려는 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0106 ㅈ일보


위 문장에서 핵심을 추리면 '출석 회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가 된다. '출석 회피는'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썩 어울리는 연결이 아니다. '출석 회피'이 아니라 '출석 회피'라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출석 회피는'을 그대로 둔다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 '의문을 낳고 있다', '의문을 낳는다' 따위가 잘 어울린다.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쓸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출석 회피는 그런 상황을 바라고 헌재 심판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키려는 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출석 회피로 그런 상황을 바라고 헌재 심판 절차를 일부러 지연시키려는 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접수'보다 '수령'


탄핵 심판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막중한 헌법 재판이다. 이재만·안봉근은 최순실씨 국정 농락을 상당 부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런 책임도 느껴야 할 인물들이 출석 요구서 접수를 피하는 것은 치졸하다.

0106 ㅈ일보


'접수'는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음'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음'이라 국어사전에 뜻풀이되어 있다. 공통된 의미는 '받는다'는 것이다.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받는 것도 받는 것이기에 '접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접수'는 받는 주체가 기관이나 단체일 때 쓰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이 '접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다못해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접수하는 경우도 한 개인이 축의금을 받는다기보다 혼주'측'에서 받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발부한 출석 요구서를 개인이 받는 것을 가리켜 접수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수령'이 적절하다.


그런 책임도 느껴야 할 인물들이 출석 요구서 수령을 피하는 것은 치졸하다.



가장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야


문 전 대표는 검찰 개혁 이유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을 지금의 모습으로 전락시킨 것은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이용한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표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자체를 제한해야 하고 검찰은 별도 기관으로 견제해야 한다.

0106 ㅈ일보


마지마 문장인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자체를 제한해야 하고 검찰은 별도 기관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주어가 생략된 문장이다. 생략된 주어를 '우리는'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은'이나 '우리 사회는'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주어 생략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문제는 '검찰은 별도 기관으로 견제해야 한다'이다. 주어는 생략된 '우리는'이거나 '대한민국은', '우리 사회는' 등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주어가 검찰을 견제하는 게 과연 어울리는가? 견제는 누가 누구를 견제하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누가'에 해당하는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 '견제해야'가 이 문맥에서 적절하지 않다. '별도 기관으로'와 어울리는 '독립시켜야'가 적당하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자체를 제한해야 하고 검찰은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논리적 비약은 금물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을 했다가 집권만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검찰 중립성 보장, 검·경 수사권 조정, 장관에게 부처의 모든 인사권 부여 등을 약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0106 ㅈ일보


위 글은 제목이 '文 "靑.검찰.국정원 권력 축소" 공약, 큰 방향은 맞다'인 사설의 마지막 단락이다. 제목에서 나타나 있듯이 이 사설은 문재인 전 대표의,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의 권력을 축소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사설은 다섯 단락으로 되어 있는데 위 글은 다섯번째 단락이다. 앞의 네 단락에서는 문 전 대표의 공약에 관해 논하고 있다. 그런데 사설의 결론이라고 할 마지막 다섯번째 단락에서 문 전 대표 얘기는 빠지고 역대 대통령들이 문 전 대표와 비슷한 공약을 했지만 취임하고 나서 지키지 않았다는 것,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 상식적으로는 문 전 대표가 공약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이 사설의 결론으로서 적당해 보이지만 그런 말은 생략된 채 마지막 문장은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로 맺었다.


아마 '문 전대표가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가 논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나온 약속들은' 때문이다. '지금 나온 약속들은'은 문 전 대표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한 약속이 아니고 분명 문 전 대표가 제시한 공약일 수밖에 없다. '지금 약속들은'이라고 하지 않고 '지금 나온 약속들은'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서도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같은 공약을 하지 않았다고 논설문의 필자가 보았음을 알 수 있다. '누가 다른 대통령이 되더라도'는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의 뜻인데 자기가 하지 않은 약속을 왜 실천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논리적 비약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를 쓴 이상은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가 아니라 '청와대, 검찰, 국정원 권력 축소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라고 해야 맞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나온 약속들은' 대신에 최소한 '지금 나온 과제들은'이라고 해야 논리적 비약을 피할 수 있다. 자기가 하지 않은 약속에 대해 실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청와대.검찰.국정원 권력 축소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문 전 대표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과제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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