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글은 독자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야

by 김세중

갑작스런 말은 독자를 당혹하게 한다


일본과는 같은 자유 민주 가치를 공유하고 깊은 경제·민간 교류를 맺고 있는 동시에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복합적인 관계다. 이 문제를 '친일 대 반일'과 같은 단세포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냉정하고 주도면밀한 일본인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없다.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집권하면 당장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하는데 실제 그럴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실행한다면 그 이후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명분과 처지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당장 미국이 "한국이 또 골대를 옮긴다"고 비판하고 나올 것이다.

0107 ㅈ일보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한 데 대해 논하면서 "당장 미국이 "한국이 또 골대를 옮긴다"고 비판하고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같은 문단에서 미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가 갑자기 미국이 비판하고 나올 것이라고 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독자로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가 미국에도 대단히 중요하고 민감한 일이라면 그러한 저간의 사정에 대해 설명이 있고 나서야 위와 같은 말이 독자에게 이해될 수 있다.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해야 문맥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글은 독자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당장 일본이 "한국이 또 골대를 옮긴다"고 비판하고 나올 것이다.



정확한 단어 사용


중국과의 관계 역시 복합적이다. 최대 무역국이자 평화통일을 위해서 협력해야 할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폭력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세력이다.

0107 ㅈ일보


'무역국'은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중국을 두고 '최대 무역국'이라 하였는데 뜻이 모호하다. 중국이 세계에서 무역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뜻으로 말한 것인지,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있는 그대로만 보자면 '최대 무역국'은 전자를 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맥을 살펴보면 후자의 뜻으로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최대 무역국'이란 말에는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뜻이 없다. 한국과 무역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뜻을 담으려면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고 하든지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고 해야 한다.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평화통일을 위해서 협력해야 할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폭력 정권을 지원하고 있는 세력이다.



호응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등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다.

0107 ㅈ일보


'4차 산업혁명은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곧 시대일 수는 없다. 주어와 서술어가 의미상 호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으로 시작하든지 아니면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다'로 끝내지 않고 일테면 '차세대 기술 혁신이 핵심이다'처럼 주어와 호응할 수 있게 표현을 바꾸어야 한다. 문장 안의 성분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의미가 모호해지고 불투명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등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등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기술 혁신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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