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언명에는 근거가 따라야

by 김세중

언명에는 근거가 따라야


(전략)

정부가 국정·검정 혼용(混用)을 정한 이상 이번에 새로 나온 교과서는 여러 역사 교과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반대 진영에선 여전히 "국정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이마저 땅에 묻으려 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역으로 새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 역사 교과서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 역사의 밝은 면, 어두운 면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뤘으면서 자긍심과 교훈을 불어넣는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후략)

0112 ㅈ일보


'국정화·검정 강화 다 안 된다는 교과서 이념 독재'라는 제목의 사설 한 대목이다. 이 사설의 요지는 새 역사 교과서를 폐기하지 말고 사용하도록 해야 하며 동시에 검정 교과서의 검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정부의 방침은 국정 교과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국정과 검정을 혼용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사설은 새 국정 교과서 폐기를 주장하는 진영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이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역으로 새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는 언명이 나오는데 '이들의 이런 행태'에서 '새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가 어떻게 도출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대 진영이 국정 교과서 완전 폐기를 주장한다고 해서 '국정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가 어떻게 도출될 수 있는가? 국정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집필된 내용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가 제시되어야 할 것인데 그런 것은 전혀 없다. 근거 제시는 없이 결론만 믿으라 하는 것이니 논리 비약이 과도하고 따라서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이어지는 단락에서 '새 역사 교과서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 역사의 밝은 면, 어두운 면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뤘으면서 자긍심과 교훈을 불어넣는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에 다가갔기 때문이다.'라고 뒤늦게 이유를 댄 것처럼 보이지만 순서가 거꾸로 됐다. 그래서 글이 두서가 없게 되고 말았다. 더구나 주장을 먼저 하고 근거를 나중에 댄다면 같은 단락에서 바로 이어서 근거를 제시해야지 다른 단락에서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섬세한 단어 선택


기업의 손발을 묶고 투자심리까지 꺾어버리면 일자리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0112 ㅈ일보


심리는 위축시키거나 억누른다고 하지 꺾는다고는 잘 하지 않는다. '꺾는다'는 '의지'나 '의욕'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동사와 그 동사의 목적어인 명사는 의미상 가장 잘 호응하는 말끼리 연결시켜야 한다. 단어 선택은 섬세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손발을 묶고 투자 의욕까지 꺾어버리면 일자리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기업의 손발을 묶고 투자 심리까지 위축시켜버리면 일자리는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에게'와 '에'의 차이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0112 ㅈ일보


조사 '에게'는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어 어떤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낸다. '양국'은 사람이나 동물이 아님은 물론이다. 따라서 '양국 모두에게'라고 할 게 아니라 '양국 모두에'라고 해야 한다.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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